자회사 넘어 본사 겨눈 노조…‘노란봉투법’에 판 바뀌는 IT 노사관계

2025-08-28     천선우 기자

본사를 사용자로 규정한 '노란봉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IT 업계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네이버 자회사 노조가 본사에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나섰고, 카카오와 게임업계도 비슷한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그린웹서비스, 스튜디오리코, 엔아이티서비스, 엔테크서비스, 인컴즈, 컴파트너스 등 네이버 손자회사 노동조합이 8월 27일 성남 네이버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직접 교섭을 요구했다. / 네이버노조

28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손자회사인 그린웹서비스, 스튜디오리코, 엔아이티서비스, 엔테크서비스, 인컴즈, 컴파트너스 등 6개사의 노동조합은 27일 성남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네이버의 직접 교섭 참여와 본사와 동일한 수준의 임금·복지 보장을 요구했다.

오세윤 네이버 노조 지회장은 “네이버는 100% 자회사 구조를 갖추고 인사와 업무를 통제하고 있다”며 본사의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네이버 측은 자회사 노조는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네이버 노조는 2018년 설립 초기부터 계열사 임금과 복지를 본사와 함께 논의하는 통합 교섭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본사는 법적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해 왔다. 최근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이들의 요구에 힘이 실렸다. 다만 법 시행까지는 6개월의 유예 기간이 남아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법 시행 전부터 본사를 상대로 한 교섭 요구가 이어지면서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런 움직임은 네이버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날 집회에는 한글과컴퓨터·카카오 노조도 함께 참여해 연대 움직임을 보였다.

카카오는 계열사 구조를 둘러싼 내부 반발에 직면해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검색 사내독립기업(CIC)을 신설 법인 ‘AZX’로 분리 이전하는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격화됐다. 노조는 “사측이 본사 복귀를 약속하고도 이를 어겼다”며 반발하고 있다. 

게임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주요 게임사들이 대부분 개발 스튜디오를 자회사 체제로 운영하고 있어, 신작 프로젝트 중단에 따른 인력 재배치나 포괄임금제 폐지 등 민감한 이슈가 언제든 표출될 수 있다. 특히 고객센터(CS), 품질관리(QA) 부서를 자회사에 위탁하는 사례가 많아, 해당 조직을 중심으로 본사에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는 노사 갈등이 단기적으로 확대되고 인력 운영의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본사가 교섭에 직접 나설 경우 임금·복지 격차 해소에 따른 비용 부담도 커진다. 시장 대응 속도가 중요한 IT 업계 특성상, 갈등이 장기화하면 혁신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계열사 간 처우 격차 해소라는 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모든 사안에 본사가 직접 교섭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인지는 의문”이라며 “갈등을 키우기보다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 소통 방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천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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