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시장 지각변동 일어날까 [네이버식 C2C ②]
네이버가 커머스 사업을 강화하며 C2C(개인 간 거래)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단순한 중고 거래를 넘어, 네이버의 방대한 사용자 커뮤니티와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다. IT조선은 네이버의 C2C 전략이 시장에 어떤 파급 효과를 가져올지 심층 분석한다. [편집자주]
우리나라 중고거래(C2C) 시장이 당근마켓 1강과 번개장터·중고나라 2중 체제로 고착된 가운데 네이버가 안전거래 솔루션을 꺼내 들었다. 해당 솔루션은 네이버 카페를 기반으로 인증·결제·배송을 결합해 거래 신뢰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네이버가 또 다른 플랫폼을 출시하는 대신, 포화된 시장에서 거래 신뢰도를 공략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당근마켓은 최근 3년 간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2000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번개장터는 400만명대, 중고나라는 150만명대다. 상위 앱 3개의 MAU가 3년 가까이 큰 변동 없이 유지되면서 시장 고착화가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이는 롯데쇼핑이 약 300억원을 출자해 확보했던 중고나라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포기한 배경이기도 하다. 시장이 이미 포화됐다는 판단이었다. 여기에 무신사, 쿠팡, 에이블리 등도 중고거래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중고거래 시장의 빈틈은 '안전거래'다. 국내 주요 중고거래 플랫폼은 당근페이, 번개페이와 같은 에스크로 결제 기능이나 사기 이력을 조회할 수 있는 ‘더치트’ 연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기 피해는 여전히 많다. 대부분의 중고거래가 직거래 중심의 C2C라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네이버가 노리는 지점이 이 부분이다.
네이버의 안전거래 솔루션은 거래 상대방의 신원을 확실하게 인증하면서도 개인정보는 노출하지 않는다. 네이버 인증서를 통한 본인 인증, 네이버페이 기반 에스크로 결제, 네이버 배송 인프라를 활용한 방문택배, 분쟁조정센터 운영 등 안전거래에 필요한 절차를 통합 제공한다. 방문택배는 판매자가 직접 물건을 부치는 대신, 집 앞에 두면 택배사가 이를 수거해 배송하는 방식이다.
이 솔루션은 네이버 카페뿐 아니라 다른 커머스 플랫폼에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이미 북미 포시마크, 유럽 왈라팝 등 글로벌 주요 C2C 플랫폼을 인수했다. 2023년에는 자사 AI 이미지 검색 기술을 포시마크에 적용해 ‘포시렌즈’ 서비스를 선보였다. 안전거래 솔루션도 이처럼 글로벌 플랫폼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거래 데이터는 네이버의 AI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개인 간 거래는 상품과 경험이 다양하게 축적되는 ‘롱테일 데이터’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명품이나 한정판보다 훨씬 많은 범용 상품들이 거래되면서 방대한 학습 데이터가 쌓인다. 이 데이터는 상품 자동 분류, 유사 상품 추천, 가격 시세 예측, 사기 거래 탐지 모델 등 다양한 커머스 AI 기능 고도화에 활용될 수 있다. 네이버는 2023년 포시마크를 인수할 당시에도 데이터 확보가 주요 목적이라고 밝혔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전 세계가 AI 모델 학습과 추론의 근간이 될 양질의 데이터 확보와 활용성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며 “C2C는 롱테일 상거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유의미한 영역이다”라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