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산 개미 vs.'카카오' 산 외인… 승자는?

8월 한 달간 카카오 7.8% 오를 때 네이버 8.7% 하락

2025-09-01     윤승준 기자

코스피가 뒷걸음친 8월, 투자 주체별 성과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외국인·기관은 인터넷의 카카오, 조선의 삼성중공업·HD한국조선해양을 중심으로 순매수했고, 해당 종목은 평균 2~7% 수익률을 거뒀다. 반면 개인은 같은 업종의 네이버와 한화오션을 대거 사들였지만 해당 종목은 평균 10% 손실을 기록했다. 

챗GPT에서 생성한 이미지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월 개인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주가는 7월 말 대비 평균 9.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등락률 –1.8%와 비교해 8%포인트 밑도는 수치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은 각각 평균 7.2%, 2.0% 상승했다.  

이 같은 격차는 투자 주체별 순매수 최상위 종목이었던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갈렸다. 개인이 9655억원 순매수했던 네이버는 8월 한 달간 8.7% 하락했다. 하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888억원과 3739억원을 순매수한 카카오는 8월에만 무려 7.8% 뛰어올랐다. 

이는 AI 사업 기대가 주가 향방을 가른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는 오픈AI와 협업하며 카카오톡 내에서 챗GPT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 출시를 앞뒀고 온디바이스 AI 에이전트 ‘카나나’도 연내 공개한다. 9월 카카오톡 개편과 맞물려 광고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게 호재였다.

반면 네이버는 검색·커머스에 AI 서비스를 도입했으나 성장률 변화가 미미한 상황이다. 글로벌 C2C(개인 간 거래) 사업 진출을 위해 인수한 포시마크, 소다 등의 실적이 저조한 상황에서 ‘스페인판 당근마켓’ 왈라팝을 8500억원에 인수한 점도 주가 하락 영향을 미쳤다.

8월 투자 주체별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평균 등락률. / 윤승준 기자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네이버가 C2C 업체 왈라팝을 샀는데 관련 설명을 투자자들에게 적절히 해명되지 않았고 카카오는 9월 ‘이프(IF) 카카오’를 통해 오랫동안 변함없었던 카카오톡 내 신규 서비스가 나오는 점이 주가에 영향을 미친 거 같다”며 “네이버의 경우 AI가 아닌 C2C에 투자하게 되면서 AI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했다.

조선주에서도 투자 주체별 수익률은 엇갈렸다. 개인은 한화오션을 9655억원 순매수했으나 해당 종목은 8월 0.3% 하락했다. 외국인이 1888억원을 사들인 삼성중공업은 같은 기간 주가가 11.9% 올랐고 기관이 2554억원 넣은 HD한국조선해양도 13.2% 상승률을 보였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총괄본부장은 “그동안 한화오션의 상승 폭이나 가격 탄력도가 높아서 숨 고르기 측면에서 주가가 하락한 것이지 악재가 있거나 매력도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며 “한화오션의 경우 오를 때 더 오르고 빠질 때 더 빠지는 가격 탄력성이 좋아서 개인들이 선호하고 있고 외국인은 삼성중공업의 주가가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고 판단해 순매수하지 않을까 싶다. 외국인은 펀더멘탈 기반의 정량적 접근을 한다”고 해석했다.

8월 투자 주체별 순매수 상위 종목 / 윤승준 기자

그밖에 외국인은 현대모비스(8.2%), 현대차(3.3%) 등 자동차업종과 삼성전기(7.9%), 이수페타시스(2.5%) 등 전기·전자업에서 수익을 올렸다. 기관은 하이브(10.6%), 삼양식품(8.6%), 와이지엔터테인먼트(19.4%) 등 K컬쳐 회사에 투자하며 높은 성과를 거뒀다.

반면 개인은 지나치게 오른 방산주 LIG넥스원(-22.1%), 화장품주 한국콜마(-20.2%), 바이오주 삼성바이오로직스(-6.2%) 및 알테오젠(-3.4%) 등에서 손실을 봤다. 

코스피가 박스권을 그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8월과 같은 종목별 주가 차별화는 이어질 전망이다. 9월 코스피 등락 범위로 교보증권은 2910~3150, 유안타증권은 3000~3300, 신한투자증권은 3100~3400을 제시했다. 업종보다 종목 중심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9월은 실적 전망치의 변화 폭이 가장 적은 달이라서 이익 모멘텀을 활용한 업종·종목을 선별하기가 어렵다”며 “실적 기반 주도 업종으로의 쏠림보다는 순환매 장세가 전개될 가능성이 크고 하반기·내년 턴어라운드 강도가 높거나 주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단기적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진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