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신고는 곧 전수 조사…KT·LGU+, 적극 협조 강조
해킹 의혹을 받는 KT와 LG유플러스가 국회의 자진 신고 요구에 몰리고 있다. 두 통신사는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자진 신고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와 LG유플러스는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사실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 다만 이번 사실 조사는 지난번 SK텔레콤 해킹 사태 당시 진행된 정부 민관합동조사단 조사와는 차이가 있다. 사실 조사는 통신사가 임의로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필요한 부분만 살펴보지만, 민관합동조사단은 SK텔레콤 사례처럼 전수 조사까지 가능하다.
정부와 국회는 상황을 보다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두 통신사에 자진 신고를 요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다크웹에 올라온 자료와 두 통신사가 보유한 자료가 일치한다”며 자진 신고를 요구했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해킹 사태의 실상을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통신사는 “해킹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자진 신고에 따른 부담을 이유로 동의하지 않았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상 기업이 자진 신고를 하지 않으면 과기정통부 내 민관합동조사단이 구성될 수 없다. 두 통신사는 공식적으로 “현재 정부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업계는 이들의 자진 신고 가능성을 낮게 본다. SK텔레콤 사례가 이유다. SK텔레콤은 해킹 사고 직후 자진 신고 후 전수 조사를 받았고 국민적 지탄에 직면했다. 이후 고객 감사 패키지에 5000억원, 정보보안 강화에 7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과징금 1348억원을 부과받았다. 상당 기간 기업으로서 큰 리스크를 감수해야 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모 대기업 해킹 정황을 국가정보원이 포착해 언급했지만 유야무야된 사례가 있었다”며 “기업 입장에서 굳이 전수 조사에 나설 이유가 없다. 향후 리스크만 커진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해킹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는데 무턱대고 신고할 수는 없다”며 “자진 신고는 결국 전수 조사를 의미하기 때문에 리스크를 줄여야 할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회가 적극 나서고 있어 결국 전수 조사 카드를 받아들이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한편 KT와 LG유플러스가 자진 신고를 거부하자 국회는 입법 강화에 나섰다. 최수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국민의힘)은 과기정통부의 침해사고 대응 조사 권한과 자료 제출 의무를 강화하는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최민희 위원장은 기업이 자진 신고를 하지 않는 상황을 우려해 일반 침해사고 시에도 기업을 직접 출입해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김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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