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보호’ 강조 신임 금감원장… 정작 당국은 조직개편 전망 '뒤숭숭'

2025-09-04     한재희 기자

“다소 피로감이 있을 수 있지만, 새 정부에서 소비자보호가 매우 중요한 국정과제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이를 거듭 강조드리는 점, 양해해 주셨으면 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열린 저축은행 대표와의 간담회 전 금융당국 조직개편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지 않고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한재희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4일 저축은행 업계와 가진 첫 상견례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는 더 이상 영업의 부산물이나 거추장스러운 규제가 아니라 금융회사의 궁극적인 경영목표로 인식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은행·보험 업계와 만난 자리에서도 ‘소비자 보호’를 반복해 강조했다. 은행권 회동에서는 ‘이자 장사’를 지적하며 ELS(주가연계증권) 사태 재발 방지를 주문했는데, 이는 4분기부터 논의될 ELS 제재가 예상보다 강경한 기조로 전개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낳았다.

보험업계 간담회에서는 내부통제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강경 메시지를 던졌다. 은행권 만남에서 주로 원론적 차원의 발언에 그쳤던 것과 달리 삼성생명 계약자지분 회계 논란과 관련해선 “잠정적으로 방향을 잡았다”며 “IFRS 기준에 맞춰 정상화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고 짧게 언급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오는 8일과 11일 증권업계와 빅테크 업계, 16일과 19일 여신업계와 상호금융권과도 잇따라 상견례를 가질 예정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 조직개편이 본격 논의되면서 이 원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금융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며칠째 이어지는 개편안 논의로 금융위와 금감원 모두 조직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면서 “사실상 업무가 마비된 상태에 가깝다”고 전했다.

이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따라서 금융당국 조직개편이 현실화할 경우 어느 직책을 맡게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국정기획위원회 안에 따르면 기재부는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되고, 금융위의 정책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넘어간다.

금융위의 감독 기능은 금감원으로 이관돼 금융감독위원회로 재편되며, 금감원 산하 금융소비자보호처는 분리돼 금융소비자보호원이 신설된다.

만약 이번 개편안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이 원장의 향후 보직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될지, 새로 신설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장으로 갈지, 혹은 또 다른 역할을 맡게 될지 여부다.

이와 같은 문제로 지난 2일 열린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부각되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금융위 해체 논의를 꺼낸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청문회 본격 시작 전 중단됐다 ‘금융위 존치’를 전재로 진행됐다.

이날 저축은행 업계 간담회에서 이 원장은 금소원 신설 등 조직개편 문제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차기 금소원장으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도 “답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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