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조세회피 검증한 전성민 교수 ‘해법은 기술외교’

2025-09-08     변인호 기자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의 조세회피는 오래전부터 존재하던 국제적 이슈다. 구글은 법 테두리 안에서 영업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경제에 수조원 규모의 기여를 하고 있다며 각 국가의 세법을 무마한다. 또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유튜버들을 동원해 여론전을 벌이기도 했다.

전성민 가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이러한 구글의 논리를 직접 검증한 연구자다. 그는 강형구 한양대학교 교수와 함께 2023년 ‘구글 매출 추정 및 세원 잠식 사례연구’, 2025년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국내 시장 매출 및 세원 잠식의 역사’ 논문을 작성했다. IT조선은 전 교수를 만나 빅테크의 조세회피와 국내 기업 역차별 문제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전성민 가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 전성민 교수

구글의 경제 기여 주장 검증

구글은 2021년 9월 한국 소비자 편익이 11조9000억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자사 창작 생태계가 국내총생산(GDP)에 1조5970억원을 기여하고 정규직 일자리 8만6030개를 창출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이 내용은 구글코리아가 국내 진출 18주년을 맞아 연 ‘구글 포 코리아’ 행사에서 공개됐다.

전성민 교수는 구글의 해당 주장이 말이 안된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구글이 연매출을 5000억원으로 신고하고 법인세는 150억~170억원 정도만 내면서도 한국경제에 10조원을 기여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며 “톱다운과 바텀업 방식을 모두 적용해보니 실제 매출은 연 10조원대로 추산됐다”고 말했다.

이는 네이버와 비슷한 수준이다. 네이버의 지난해 연매출은 10조7377억원이다. 네이버가 낸 법인세는 5707억원으로 구글코리아(172억원)보다 33배 많다. 전 교수의 연구는 이 간극을 지적하며 구글코리아가 매출을 축소해 법인세를 회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연구 시점이다. 구글이 경제 기여를 강조한 ‘구글 포 코리아’ 행사는 정부의 인앱결제 강제 관련 문제 제기 직후마다 열렸다. 2021년에는 국회 본회의에서 ‘인앱결제강제금지법’이 통과된 다음 날, 2022년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인앱결제 위반 여부 조사를 시작한 다음 날 개최됐다.

다국적 기업 특유의 절세 기법

구글의 조세회피 방식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전 교수는 구글, 넷플릭스 등 다국적 기업들이 비슷한 절세 기법을 쓴다고 설명한다.

대표적인 것이 ‘더블 아이리시·더치 샌드위치’다. 매출을 아일랜드와 네덜란드를 거쳐 다시 아일랜드로 돌리는 방식이다. 구글은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두지 않고 싱가포르 센터를 이용하면서 매출을 싱가포르 법인에 귀속시키는 방식으로 세금을 줄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 지점에서 역차별 문제가 발생한다. 네이버·카카오는 국내 규제와 세금을 전부 부담하지만 구글은 다국적 기업 특유의 절세 수단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상황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를 무기로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을 겨냥한 규제를 도입한 국가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술 외교 필요성

전 교수는 정부·국회가 추진하는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이나 플랫폼공정화촉진법 같은 ‘온플법’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역차별 해소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정부가 직접 압박하는 상황에서 입법이 쉽지 않고, 설령 통과되더라도 부작용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플랫폼 생태계는 이용자가 언제든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거나 중복 이용할 수 있다”며 “과거 야후의 점유율이 높았지만 대응이 늦어 네이버로 이용자가 이동했던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전 교수의 대안은 간단했다. 구글코리아 대표를 국정감사에 불러봐야 소용없다는 것이다. 그는 구글 본사와 직접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유럽 국가들이 운영하는 ‘기술 대사(Ambassador)’ 제도를 예로 들며, 우리 정부도 기술 대사를 파견해 구글 본사 경영진과 직접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고유의 건강보험 데이터 같은 자산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최근 학계는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State Platform Capitalism, SPC)’라는 개념을 쓰고 있다. 이는 정부가 플랫폼을 국가안보와 연결해 규제할 경우 기업이 자국 이익이 침해된다고 반발하는 현상을 뜻한다”며 “이런 흐름이 확산할수록 구글코리아 대표를 거치는 방식이 아니라 기술 대사가 직접 본사와 소통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