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돈 카카오 CTO “AI 경쟁, 인터넷 시장 초기와 유사”

2025-09-08     변인호 기자

정규돈 카카오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카카오의 인공지능(AI) 전략 방향을 설명했다. 그는 AI 시대 카카오의 전략이 모바일 시대와 마찬가지로 AI 활용 기반의 콘텐츠와 서비스 개발이라고 밝혔다. 거대언어모델(LLM)은 안드로이드OS나 iOS 같은 운영체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정규돈 최고기술책임자(CTO). / 카카오

정 CTO는 8일 카카오 테크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현재 AI 시장은 2000년대 초 인터넷 시장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당시 모두가 네트워크망을 구축하고 데이터센터를 짓는 인프라 경쟁을 벌였듯, 지금은 LLM과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인프라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며 “인터넷 시장의 진정한 승자는 인프라 위에서 콘텐츠와 서비스를 만들어낸 구글·아마존·페이스북 같은 기업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18세기 증기기관이 인간의 근육을 대신해 물리적 한계를 무너뜨렸다면, 21세기에는 AI가 인간의 두뇌를 확장시키고 지적 능력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2023년과 2024년은 오픈AI가 키노트를 열 때마다 스타트업이 사라진다는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며 “오픈AI의 압도적인 질주와 이를 추격하는 글로벌 빅테크들의 천문학적인 자본 경쟁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정 CTO는 LLM 경쟁이 이미 국가 단위 인프라와 자원이 투입되는 총력전 양상으로 변했다고 분석했다. 단일 기업이 처음부터 LLM을 개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카카오의 AI 전략이 인프라 경쟁이 아닌 서비스 개발로 전환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윈도우, 안드로이드OS, iOS를 직접 만들지 않아도 독창적인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듯, LLM을 직접 개발하지 않아도 AI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카카오가 그룹 차원에서 처음 전 직군 공개채용에 나선 것도 이 같은 AI 활용 전략과 맞닿아 있다. 정 CTO는 “AI가 코딩을 다 해주니 주니어 개발자가 필요 없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더 이상 주니어·시니어 같은 연차 기반의 낡은 프레임은 중요하지 않다. 카카오가 찾는 인재는 기술 도메인 전문성과 AI 협업 마인드를 갖춘 균형감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규모 트래픽을 감당하는 아키텍처 설계나 CPU·GPU 같은 값비싼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는 시스템 개발은 단순히 프롬프트 하나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AI에게 모든 것을 맡기기보다 내가 완전히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문제를 잘게 쪼개 질문하고 답을 얻는, 영리하게 활용할 줄 아는 AI 네이티브 인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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