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반복 시 징벌적 과징금” 대통령 천명에 숨죽인 통신사

2025-09-09     김광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산업계 보안 사고 반복을 지적하자 통신사들이 좌불안석이다. 통수권자의 지시 사항은 곧 부처 정책 이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통신사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새로운 폴더블폰 갤럭시Z7 시리즈의 예약 판매가 시작된 7월 15일 서울 시내 핸드폰 대리점에 갤럭시Z7시리즈 예약 홍보 문구가 게시돼 있다. / 뉴스1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근 통신사와 금융사에서 해킹 사고가 잇따라 국민이 매우 불안해한다"며 "보안 사고를 반복하는 기업에는 징벌적 과징금을 포함한 강력한 대처가 이뤄지도록 관련 조치를 신속히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4월 해킹 사태를 야기한 SK텔레콤은 물론 최근 해킹 의혹을 낳고 있는 KT와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를 겨냥한 것이다.

과징금 수위를 높이라는 대통령의 강력한 경고는 보안 미비 관련 과징금 부과가 가능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부처들의 행보에도 일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과징금 등 행정처분 시 대통령의 발언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과기정통부만 해도 SK텔레콤의 행정처분을 앞두고 있다.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대통령 발언 이후 SK텔레콤에 내린 개인정보위 과징금 수위가 높다는 말이 쏙 들어갔다"고 말했다. 앞서 개인정보위는 지난달 SK텔레콤에 역대 최대 수준인 과징금 1348억원을 부과했다.

무엇보다 최근 보안 사고가 잇따라 불거진 '당사자' 통신3사는 곤혹스럽다. 다만 정부의 언급에 공식 입장 표명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통신사 외 업계 전반에서는 통신사에만 과도하게 책임을 묻고 있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통신사들은 정부로부터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아왔다. ISMS 인증을 받은 사업자는 최소한의 의무를 했다고 보고 정부 제재도 최소화돼왔다"며 "하지만 최근 통신사 보안 사태를 지켜보면 앞으로 정부가 이러한 부분들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에 미국의 프랙 보고서에 언급한 해킹 피해자 목록에는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기관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지금 기업에만 해킹 사실이 집중되는 측면이 있다"며 "국가 차원에서도 보안강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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