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권유에 ‘진료비 쪼개기’… 환자도 처벌받는다

8일 금융감독원, 실손보험 사기 수법 안내

2025-09-08     전대현 기자

# A씨는 무릎 고강도 레이저 치료를 한 번 받고 50만원을 결제했지만, 병원은 해당 금액을 세 번에 나눠 영수증을 발급했다. 이후 실제로는 방문하지도 않았는데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은 것처럼 허위 진료기록이 만들어졌다. 환자는 이를 보험사에 제출해 여러 날 치료받은 것처럼 보험금을 받아냈지만, 결국 병원 관계자와 함께 경찰에 적발됐다.

병원 권유에 따라 쪼개기 결제를 진행할 경우 환자도 보험사기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 DALL-E

8일 금융감독원은 최근 벌어지는 대표적인 실손보험 사기 수법을 공개했다. 병원이 제안했다고 하더라도 환자 역시 보험사기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허위·과다 청구로 적발된 보험금 규모는 2337억원, 적발 인원은 1만9401명에 달했다.

대표적인 수법은 특정일에 받은 고가 치료를 여러 날 나눠 치료한 것처럼 허위 기록을 남기는 ‘진료비 쪼개기’ 방식이다. 하루 60만원짜리 치료를 받았는데, 20만원씩 세 차례에 걸쳐 받은 것처럼 영수증과 진료기록을 조작해 청구하는 식이다. 실손보험금 통원 1일 한도 20만원을 맞추기 위한 수법이다.

피부미용 시술을 도수치료나 무좀 치료처럼 둔갑시키는 경우도 많았다. 브로커가 환자를 모집해 병원에 알선하면, 병원은 실제로는 수백만원대 피부미용 패키지를 제공하면서도 서류에는 치료행위로 기록한다. 예컨대 1050만원짜리 패키지를 구매한 환자에게 도수치료 22회, 무좀 치료 25회 받은 것처럼 허위 기록을 발급해 보험금으로 비용을 충당하도록 했다.

받지도 않은 고가 약을 처방전에 끼워 넣기도 했다. 실제로는 투여하지 않은 면역주사제를 매일 맞은 것처럼 기록해 보험사에 청구하는 방식이다. 한 환자의 경우 141일간 입원하면서 기록된 273건의 면역주사제 투여가 전부 허위였다. 이로 인해 2800만원이 넘는 보험금이 지급됐다. 전체 피해 규모는 약 8억7000만원으로 드러났다.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는 환자를 장기간 요양병원에 입원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는 피부미용 시술을 받으면서도 통증치료를 받은 것처럼 기록을 남기고 보험금을 청구했다. 입원한도까지 다 채운 뒤에는 통원치료를 여러 차례 받은 것처럼 꾸며 청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병원 관계자와 환자 141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금감원은 “보험사기는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심각한 범죄”라며 “병원이나 브로커가 ‘보험으로 처리해주겠다’고 권유하더라도 환자 역시 중대한 처벌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실손보험 사기 적발 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 따라 최대 징역 10년,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편취 금액이 5억원 이상이면 최소 3년 이상의 중형, 50억원 이상이면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의료인이 허위 기록을 작성할 경우 면허 정지와 형사처벌도 뒤따른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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