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분야별로 AI 활용 편차 커… 인수합병 업무 도입시 신중”

자본硏 ‘AI와 금융투자업의 혁신’ 컨퍼런스 개최 데이터 인프라 개선, 고위험 영역서 지원 등 강조

2025-09-10     윤승준 기자

“AI 기능은 점점 더 확대,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B2B IT 스타트업이 금융권 AI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데 이는 금융사가 앞으로 외부 기술 의존도를 높여갈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금융투자사의 AI 도입 활성화를 위해 AI 실험 환경 조성, 데이터 인프라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김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10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AI와 금융투자업의 혁신’ 자본시장연구원 컨퍼런스에서 ‘특허 분석을 통하여 살펴본 금융투자 분야의 AI 활용과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윤승준 기자

김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10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AI와 금융투자업의 혁신’ 컨퍼런스에서 “정형화된 반복 업무일수록 AI 도입이 용이하고 데이터 접근성과 구조화 수준이 높을수록 AI 활용 가능성이 증가한다"며 "인수합병 등 고위험 업무일수록 AI 적용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투자 AI 특허 동향에서 결론을 도출했다. 금융투자회사(증권·자산운용·자문)가 수행하는 모든 업무 영역에서 AI 관련 특허 차이가 컸다. 김 연구위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문업-자문’과 ‘증권업-자산관리’의 AI 특허는 각각 400건이 넘었고 ‘자산운용-증권형 공모펀드’와 ‘증권업-위탁매매’도 300건 이상으로 상위권이었다. 반면 ‘자산운용-PEF’와 ‘자산운용-부동산/인프라’는 100개 내외로 비교적 적었다. 

금융투자 관련 AI 특허권 출원회사도 핀테크 스타트업 등 IT 비상장 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비중을 보면 비상장-SaaS 67%, 비상장-플랫폼 9%, 상장-IT 7%, 상장-금융 4% 수준으로 전통 금융사의 비중은 미미했다.

김 연구위원은 금융권의 AI 도입 활성화 방안으로 AI 실험 환경, 데이터 인프라 개선, 고위험 영역의 AI 도입 지원 등을 제시했다. 

그는 “금융사들이 AI를 실험해 볼 수 있도록 파일럿 프로그램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고 특히 비용 절감 효과가 명확한 영역부터 시험 도입하는 것이 투자 타당성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며 “파일럿 성공 사례는 정부 주도의 혁신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도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핵심 자원이 데이터 인만큼 금융권 전반의 데이터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데이터의 수집, 정재, 공유, 거버넌스, 보안 등 모든 측면에서 수준을 끌어올리는 노력이 요구된다”면서 “의사결정이 민감한 고위험 업무에 AI를 도입할 땐 지원이 필요하고 AI 개발 활용 원칙을 정립해 책임 소재와 오작동 시 대응방안을 명확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미래 가장 중요한 자산은 데이터”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10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AI와 금융투자업의 혁신’ 자본시장연구원 컨퍼런스에서 ‘투자의 미래: 트랜스포머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윤승준 기자

AI 기술이 투자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꿀 만큼 큰 잠재력을 갖춰 투자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는 발표도 나왔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LLM 에이전트 모델’과 ‘금융 특화 투자 모델’에 주목했다. LMM 에이전트 모델은 인간 전문가팀의 의사결정 과정을 모방해 투자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접근법으로 여러 LMM 에이전트의 분업과 협업을 통해 복잡한 금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자연어 기반으로 투자 논리와 근거를 제시해 ‘설명 가능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으나 장기 성과 검증 부재와 LMM 고유의 편향 등은 한계다. 

금융 특화 투자 모델은 인간의 지식이나 고정관념을 배제하고 금융 데이터 자체의 패턴을 트랜스포머(딥러닝 모델 구조)로 직접 학습해 인간이 발견하기 어려운 새로운 투자 기회를 포착하는 패러다임을 뜻한다. 모델의 복잡성을 극단적으로 높이면 오히려 예측력이 향상되는 ‘복잡성의 미덕’ 현상을 활용하는데 이는 파라미터 수(AI 모델이 학습하는 숫자 값)가 데이터 수를 초과할 때 예측 오차가 오히려 감소하는 ‘이중 하강’ 이론으로 설명하는 게 가능하다. 다만 모델이 복잡해질수록 결과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는 평가다.

권 연구위원은 “두 모델 모두 모델 규모의 확장을 통해 미래에 더 큰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며 “AI가 50년간 생물학계 난제였던 단백질 구조 예측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했듯이 앞으로 AI는 금융 분야에서도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고 두 접근법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이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권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미래를 준비할 것을 제언했다. 권 연구위원은 “AI 기술의 변화 속도는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매우 빠르 반면 당장 완벽하게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단기적인 활용성에 얽매이기보다는 최신 기술 동향을 꾸준히 파악하면서 패러다임 변화를 이해하고 안목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래 주요 자산인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전했다. 권 연구위원은 “고품질 데이터뿐 아니라 지금 당장 관련성이 낮아 보이는 데이터라도 그 잠재적 가치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축적해야 한다”며 “데이터가 하나 더 늘어난다는 것은 그로 인해 AI가 발견할 수 있는 패턴이 수십 개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엔 인지적 한계와 경제성 원칙에 따라 중요한 소수의 데이터만 선별적으로 분석했으나 미래엔 AI가 데이터 간 복잡한 상호작용을 이해할 수 있어 데이터 다양성이 곧 예측 가능한 패턴의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며 “축적한 고유의 데이터를 활용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선순환을 마련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덧붙였다. 

사진 왼쪽부터 이용재 유니스트 산업공학과 교수, 김홍곤 KB자산운용 AI퀀트&다이렉트인덱싱 운용본부장(전무),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정삼영 태재대 AI융합전략대학원 교수, 진정혁 미래에셋증권 AI사이언스팀장(이사), 리시 카푸르 ASIFMA 상무이사 모습 / 윤승준 기자

이날 패널 토론엔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김홍곤 KB자산운용 AI퀀트&다이렉트인덱싱 운용본부장(전무), 이용재 유니스트 산업공학과 교수, 정삼영 태재대 AI융합전략대학원 교수, 진정혁 미래에셋증권 AI사이언스팀장(이사), 리시 카푸르 ASIFMA 상무이사 등이 참여했다.

김홍곤 전무는 “융합형 인재 창출이 없으면 (금융투자업 AI를) 발전하기 굉장히 쉽지 않다”며 “업력이 높은 펀드 매니저들이 리딩해서 갈 수 없기 때문에 도메인 널리지(Knowledge)를 가진 사람이 주도하는 AI 인재 개발 시대가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정혁 이사는 “IT거버넌스는 IT ROI(자기자본이익률)와 IT 서비스 안정성·성능을 높이기 위한 체계를 마련한 것이라면 AI 거버넌스는 사용자와 공급자가 공감대를 형성하는 체계”라며 “AI 서비스는 인풋을 넣으면 정해진 로직대로 돌아가는 IT 구조와 다르게 (사용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고 회사 내 AI거버넌스 체계가 확립돼야 가능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