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막히고, 美공장 건설 중단…LG엔솔 후폭풍 커질까

2025-09-11     이선율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내 배터리 생산기지 건설 프로젝트가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미국 정부의 기습 단속으로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HL-GA) 건립이 사실상 중단되면서다. 이번 사태는 해당 공장뿐 아니라, 미국 내 다른 생산라인에도 연쇄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ICE(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가 조지아주 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기습 단속·구금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 ICE 홈페이지, 뉴스1

1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는 최근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법인 HL-GA 공장에 대한 단속을 벌였고 이로 인해 공사 진행이 멈췄다. 해당 공장은 내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불법체류 및 비자 위반 이슈로 한국인 근로자 약 300명이 체포되면서 인력 공백이 발생했다.

문제는 이 사태가 조지아주 공장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건설 중인 애리조나 퀸크릭, 미시간 랜싱, 오하이오 파예트카운티 등 다른 생산라인들 역시 숙련 인력 수급에 차질이 불가피해 전면 중단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사태로 인한 공사 중단이 길어지면 내년 양산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이는 매출 감소, 보조금 축소, 고정비 증가 등으로 이어져 막대한 재무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인력 문제다. 구금 이후 풀려난 한국 인력의 비자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이들이 미국에 재입국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재원 비자(L-1)나 전문직 취업비자(H-1B) 취득하면 되지만 발급 요건이 까다롭고, 심사에도 수개월이 걸려 계획적 인력 운용이 어렵다. 

현지 근로자 채용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첨단 장비를 설치할 수 있는 숙련된 노동자를 찾기 어려운 점이 난제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비용 부담, 높은 공장 난이도, 기술유출 우려 등을 이유로 한국인 출신 숙련 노동자를 주로 건설에 투입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이번 단속에 적발되었다가 풀려난 인력이 추후 다시 근무를 재개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공사 지연에 따른 재정적 부담과 수익성 악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영업이익(5754억원)보다 많은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을 받아 총 1조4000억원을 수령했다. 하지만 공사 지연이 장기화되면 이 같은 혜택이 줄어들고, 미국 정부의 보조금 혜택이 대폭 축소될 수 있다. 

생산 중단에 따른 손실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연간 5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이 하루 멈출 경우 약 400만 달러(55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HL-GA 공장(30GWh 기준)에 이를 적용하면 하루 약 33억원 규모의 손해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LG에너지솔루션의 이미 약화된 가동률과 점유율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LG에너지솔루션의 평균 가동률은 2023년 69.3%에서 2024년 57.8%로 낮아졌고, 올해 상반기에는 51.3%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SNE 리서치 집계 기준 올해 1~7월 9.5%로 전년 동기 대비 2.3%포인트 떨어졌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제재 가능성 등을 우려하며 LG에너지솔루션의 내년 수익 추정치와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은 GM 쉐보레 에퀴녹스의 판매 호조 등으로 전분기 대비 30% 증가한 영업이익이 예상되지만, 4분기부터는 현대차와의 배터리 합작공장 프로젝트 지연에 따른 내년 수익 감소 우려가 반영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구금됐던 직원들이 안전하게 돌아오는 게 가장 최우선 과제"라며 "향후 대응 방안 등 계획은 추후 밝힐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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