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관세협상 타결 불구, 성장률 최대 0.6%p 하락 전망”
최근 미국과 한국·EU·일본 등 주요국 간 관세협상이 타결됐지만, 우리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11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 부과는 무역, 금융, 불확실성 등 세 가지 경로로 파급돼 우리나라 성장률을 올해 0.45%포인트, 내년 0.60%포인트 끌어내릴 것으로 추정했다.
가장 큰 충격은 무역에서 나타났다. 미국의 관세 부과로 교역이 위축되면서 올해 성장률을 0.23%포인트, 내년은 0.34%포인트 끌어내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대미 수출 비중이 큰 금속, 자동차, 기계 업종이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철강과 자동차 부품 수출이 줄고, 미국 내 자동차 시장 환경 악화와 맞물려 수출 감소세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관세 인상은 미국 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고, 이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준다.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지면서 글로벌 금융여건이 긴축적으로 유지될 경우 우리 경제 성장률은 올해 0.09%포인트, 내년 0.10%포인트 추가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도 위축될 전망이다. 이로 인한 성장률 하락폭은 올해 0.13%포인트, 내년 0.16%포인트에 달한다.
아울러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관세 부과로 인해 국내외 경기가 둔화되면서,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0.15%포인트, 내년 0.2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나전망했다. 공급망 교란과 환율 상승이 물가를 밀어올리지만, 국제유가 하락과 수요 위축이 더 강하게 작용한 결과다.
한은은 “올해 상반기까지는 미국 기업의 재고 축적과 기업 간 관세 부담 분담 등으로 충격이 제한적이었지만 앞으로는 관세 영향이 본격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라며 “실제로 미국에서는 관세가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되며 물가 상승세가 확대되고, 수입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 역시 철강·자동차 부품을 중심으로 수출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어, 내년에는 관세발(發) 경기 하방압력이 더 크게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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