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 놓인 또 다른 산 ‘위약금 면제’… 대통령 질책에 SKT 따라가나

2025-09-12     김광연 기자

KT(대표 김영섭)가 초동 대응 부실과 축소·은폐 의혹 등으로 사면초가에 몰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고객 소액결제 침해사고와 관련한 대응을 질책한 만큼, 업계는 SK텔레콤(대표 유영상)에 이어 KT도 번호이동 시 고객 위약금 면제를 시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섭 KT 대표이사가 11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웨스트 사옥에서 열린 소액결제 피해 관련 기자 브리핑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장, 김 대표이사, 이현석 KT 고객(Customer)부문장. / 뉴스1

김영섭 KT 대표는 11일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열린 소액결제 피해 관련 기자 브리핑에서 “KT를 아껴주시는 국민과 고객, 유관 기관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정말 죄송하다”며 “피해자들에게 100% 보상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사과는 소액결제 침해사고 관련 첫 경찰 신고가 접수된 8월 27일 이후 15일 만이다. 자사 홈페이지에 침해사고 사실을 공지한 9월 6일 이후로는 5일이 지났다.

9월 10일 기준 KT 소액결제 피해는 총 278건이다. 피해액은 1억7000만원에 달한다. KT는 소액결제 피해액을 고객에게 청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추가 피해도 없다고 강조했지만,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KT는 10일까지만 해도 “개인정보 침해 정황은 없다”고 했으나, 같은 날 “초소형 기지국 2개의 신호를 수신한 고객이 총 1만9000명이며, 이 가운데 국제모바일가입자식별번호(IMSI) 유출 정황이 있는 고객은 5561명”이라고 정정했다. KT는 “죄송하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같은 날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KT를 겨냥해 “일부에서 사건 은폐·축소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데, 이 또한 분명히 밝혀 책임을 명확히 물어야 한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SK텔레콤이 위약금 면제를 단행한 전례도 KT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SK텔레콤은 4월 발생한 해킹 사고로 전체 이용자 2324만4649명(알뜰폰 포함)의 휴대전화번호, 가입자식별번호(IMSI), 유심 인증키(Ki·OPc) 등 25종의 정보가 유출됐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텔레콤에 위약금 면제를 권고했다.

애초 위약금 면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던 SK텔레콤은, 정부 권고를 수용해 7월 4일 이를 단행했다. 해킹 사고가 발생한 4월부터 7월까지 SK텔레콤은 약 72만명의 가입자를 KT와 LG유플러스 등에 빼앗겼다. 이 여파로 시장 점유율은 10년 만에 40% 아래로 떨어졌다.

SK텔레콤 사례 이후, 통신업계에서는 향후 침해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 고객에 대한 위약금 면제가 일종의 공식처럼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KT는 이 공식이 처음 적용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 위약금 면제 당시 다른 통신사들은 달가워하지 않았다. 위약금 면제가 전례가 될 수 있어서다”라며 “KT도 소액결제 피해자가 존재하는 만큼, 이들에 한해서는 위약금 면제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T는 신중한 입장이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10일 브리핑에서 “KT에 위약금 면제를 요구할지 여부는 민관합동조사단 조사 결과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KT 관계자는 11일 브리핑에서 “위약금 면제도 보상 계획에 포함해 검토하고 있다”며 “전향적으로 고객 입장에서 고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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