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발 끊긴 한국… 4년째 상장 ‘0건’ [외면받는 K상장 ①]

21년 3월 네오이뮨텍 이후 外社 상장 전무 외국기업 비중, 0.7% 불과… 대부분 비우량 저평가 따른 낮은 기업가치 등 韓증시 매력 낮춰

2025-09-24     윤승준 기자

코스피가 3500선을 향해 달려가는 등,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착찹하기 그지 없다. 국내 증시에 투자하려는 외국인 투자자는 많지만, 정작 국내 증시에 상장하려는 외국 기업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 오래 머물며 시장과 소통하겠다는 외국 기업은 잘 없다는 뜻이다. 어쩌다 이런 상황이 됐을까. 하나하나 짚어봤다. [편집자주]   

한국 증시에 문을 두드린 외국기업이 4년째 ‘제로(0)’다. 현재 상장된 외국기업들도 대부분 시가총액 1조원 미만의 비우량 기업들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따른 낮은 기업가치 평가 등이 한국 시장의 매력도를 떨어뜨린 결과다. 

챗GPT에서 생성한 이미지.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한 외국기업(법인 설립지 기준)은 총 20개사로 유가증권(코스피) 2곳, 코스닥 18곳이다.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상장사가 2879개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 0.7%에 불과한 셈이다. 국가별로 보면 홍콩 기업이 8개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미국 6개, 조세회피처인 케이만제도 4개, 싱가포르 1개, 일본 1개 등이다.

국내 증시에 마지막 탑승한 외국기업은 2021년 3월 코스닥에 상장한 미국의 네오이뮨텍이다. 이후 4년 6개월 넘도록 어느 외국기업도 국내 증시에 입성하지 않았다. 2023년 6월 중국의 엘리베이터TV 기업 포커스미디어코리아가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으나 시장 침체 등의 이유로 1년도 안 돼서 철회했다.  

이는 해외 주요 거래소와 비교해봐도 초라한 수준이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글로벌 거래소의 외국기업 상장 비중 현황을 보면 나스닥거래소 26.3%(864개), 뉴욕거래소 25.7%(548개), 런던거래소 14.7%(244개), 홍콩거래소 6.9%(182개) 등 한국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최근 10년간 외국기업 국내 증시 상장 추이(위) 및 글로벌 주요 거래소 외국기업 비중 (아래)/ 윤승준 기자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외국기업의 한국 증시 입성은 비교적 활발했다. 2007년 아일랜드 음향기기업체 3노드디지탈을 시작으로 2011년까지 화풍방직, 연합과기, 중국원양자원, 중국고섬 등 외국기업 19곳이 상장했다. 그러나 일부 기업들이 분식회계, 허위공시 등의 논란을 초래했고 감사의견 거절 등의 통보받으며 한국을 떠났다. 

부실 논란을 계기로 2012년 정부는 상장·공시·회계 규정을 강화하며 상장 문턱을 높였다. 이듬해 신규 상장사는 1곳으로 줄었고 2014·2015년엔 없었다. 2016년 7곳으로 늘었으나 2017년부터 다시 줄어들었다. 2017~2025년 외국기업의 신규 상장은 연평균 1개다.

지금도 안심할 순 없다. 비우량 기업이 대부분이라서 언제 퇴출할지 알 수 없다. 외국기업 20개사 중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인 곳은 미국의 코오롱티슈진이 유일하다. 다만 코오롱티슈진은 코오롱그룹에 속한 한상(韓商)기업이라서 온전한 외국기업이라고 보기 힘들다.

외국기업이 국내 상장을 꺼리는 보다 근본적인 요인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불리는 극도의 저평가다. 기업들은 자본조달, 엑시트(투자금 회수) 수단 등의 목적으로 주식시장을 찾지만, 한국에선 몸값을 제대로 받을 수가 없다. 

불름버그에 따르면 지난 주말 기준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6.16배로 미국의 나스닥 53.54배, 일본의 닛케이225 21.10배, 인도의 센섹스 23.97배 등 주요국 증시 대비 턱없이 낮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이 저평가된 시장이라는 사실이 큰 허들로 작용한다”며 “동일한 기업이 상장해도 코스피보다 뉴욕거래소에서 (기업가치로) 더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는데 외국기업으로선 한국 시장에 상장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우선 해결해야 한국에 상장할지 고민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