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금감원… 이찬진 원장 “입법 과정 의견 반영”, 노조 "관치금융"
12일 오전 이 원장과 노조 면담 이 원장 “독립성 훼손 우려 공감” 노조, 다음주 국회 앞 시위 예고
이찬진 금감원장이 12일 “향후 세부 운영방안 설계를 위한 관계기관 논의와 입법과정에서 직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찬진 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금감원 노조와의 면담에서 “그간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원장 이하 경영진은 깊이 공감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면담에는 정보섭 금감원 노조위원장 대행과 윤태완 금감원 비상대책위원장, 황선오 부원장보가 참석했다.
이 원장은 “조직분리 비효율성과 공공기관 지정에 따른 독립성 및 중립성 약화 우려에 대해 엄중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원장과 노조는 지난 8일 집회 시작 이후 나흘만에 만남을 가졌다. 지난 8일 내부 공지를 통해 “안타깝다”는 의견을 전한 것 외에 공시적인 소통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이세훈 수석부원장이 8일 전직원 설명회에서 “금감원은 공적 임무를 수행하는 기관인 만큼, 정부의 조직개편을 따라야 한다”고 말해 직원들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금감원 노조와 직원들은 기획재정부 분리에 따른 금융당국 조직 개편이 포함된 정부 조직조직법 개정안을 두고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 원장의 답은 원론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한데 이어 25일 국회 본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사실상 원점 재검토가 불가능한 상황이어서다.
금감원 노조는 ‘금융소비자원 분리 철회’, ‘공공기관 지정 철회’를 내걸고 투쟁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8일부터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1층 로비에서 나흘째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다음주부터는 집회 공간을 외부로 넓힌다.
윤태완 금감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집회에서 “개별 업권 법 처리에 관해서는 임원 선배(원장·수석부원장·부원장·부원장보 등 15인)들이 나설 때가 됐다”며 “이들이 총성 없는 전쟁터 맨 앞에 나설 걸로 본다”고 말했다.
정보섭 금감원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겉으론 개혁으로 포장돼 있으나, 사실 금융을 정치적 도구로 삼으려는 관치금융으로 볼 수 있다”며 “금융소비자는 소외되고 금융 투명성, 공정성 모두 무너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다음 주 국회 앞 전 직원이 참여하는 집회를 추진하고 이와 함께 박수영 의원이 개최하는 토론회 참석 등의 일정을 조율 중이다.
한편 정부조직법 개정안을을 두고 국회에서도 갈등이 빚어질 전망이다. 정부조직 개편과 금융감독위원회 신설에 맞춰 정부조직법, 금감위 설치법, 은행법 등 후속 입법이 필요하다. 이를 다룰 정무위원회 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속인 윤한홍 의원인데다 국민의힘이 금융당국 개편에 부정적인 분위기다.
민주당은 야당의 협조가 없다면 패스트트랙을 통해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 수석부대표는 “대통령께서 조금 늦게 해도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런 일이 없도록 정부가 일할 수 있도록 야당의 협조를 최대한 끌어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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