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신임 금융위원장 “국가 결정 따르는 것, 공직자의 의무”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5일 신임 위원장 취임 일성으로 금융위 해체와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 신설을 골자로 한 정부의 조직 개편안에 사실상 동의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내부 반발을 의식하면서도 “국가적 결정을 따르는 것이 공직자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금융위에 대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는 ‘대관소찰(大觀小察·크게 보고 작은 부분도 살핀다)’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대내외 환경 속에서 큰 흐름을 읽고 올바른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7일 발표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힘을 실은 발언으로 풀이된다. 당정은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 후신)로 넘기고, 남은 조직은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로 재편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생산적 금융’, ‘소비자 중심 금융’, ‘신뢰 금융’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생산적 금융에 대해 “금융권 등과 함께 150조원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하겠다”며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첨단 전략 산업과 관련 생태계에 전례 없는 대규모 맞춤형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금융이 적극적으로 위험을 감내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견인할 생산적 영역으로 자금을 중개할 수 있도록 바꿔 나가겠다”며 “정책자금을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과 벤처기업 등에 공급해 민간 자금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 “규제·검사·감독 등 각종 제도가 과도한 안정 지향과 부동산 쏠림을 유발하지 않는지 살피고 필요한 모든 부분을 바꾸겠”고 덧붙였다.
특히 취임사와 별개로 이날 직원들에 보낸 서한을 통해 보다 직접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 원장은 “갑작스러운 조직 개편 소식으로 인해 여러분들이 느끼는 혼란과 두려움을 걱정하는 마음과 그 무게에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그렇지만 공직자로서 국가적으로 최종 결정이 내려지면 그 정해진 결정에 따라야 하는 것도 우리의 책무이자 의무인 것도 엄중한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조직의 모양은 달라질 수 있어도 금융 안정과 발전을 통한 국민 경제에 기여라는 우리가 지금까지 지켜온 가치와 사명은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때마다 직원들의 목소리를 먼저 듣고 세심히 귀기울이겠다”며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견뎌낸다면 새로운 모습으로 단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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