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보호 한도 1억 상향 보름… 저축은행 돈 몰리나 봤더니
예금자보호 한도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된지 보름이 지났지만 시장에선 기대와 달리 별다른 자금 이동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금리 인하 흐름과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2금융권의 건전성 우려가 맞물린 영향이다. 고객 유치를 위한 예·적금 특판은 자취를 감췄고 건전성 면에서 상대적 우위를 보이는 시중은행이 여전히 금고 역할을 하고 있다.
16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 예금 잔액은 958조620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954조7319억원 보다 3조8882억원(0.4%) 가량 늘었다. 정기 적금 역시 44조8390억원으로 같은 기간 5653억원(1.3%) 증가했다.
저축은행의 예금 잔액은 지난해 4월 100조원대에서 내려온 뒤 올해 6월 기준 94조원까지 떨어졌다. 여신잔액이 95조원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21년 9월(93조3669억원) 3년 9개월 만이다.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 이후에도 고객 유치를 위한 특판 등이 없었던 만큼 예금 잔액의 추세적 하향세는 지속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연체율 관리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관리 등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며 “대출 영업을 적극적으로 하는 상황이 아닌 만큼 무리한 특판을 통한 수신 확보에 나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저축은행과 은행의 예금금리 격차가 크지 않다. 통상 저축은행이 은행보다 고금리 전략으로 고객을 유인하는데, 예금리 차이는 0.5%포인트 안팎으로 줄어들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주 기준 저축은행의 정기예금의 금리는 2.93%로 5대 시중은행의 평균 2.44%와 0.49%포인트 차이에 그친다. 저축은행의 정기 예금 금리는 지난달 말 2.99%에서 계속 하락, 금리 경쟁력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금융소비자들이 안전성에 더 무게를 뒀기 때문으로도 풀이된다. 저축은행 및 상호금융은 연체율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등 논란이 지속돼 ‘안전한 곳’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는 분석이다.
다만 통상 수신 확보에 열을 올리는 연말과 연초가 되면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도 있다. 저축은행은 고객 만기가 몰려 있는 연말·연초에 맞춰 고금리 특판을 진행해 왔다. 저축은행들이 상반기 기준 전년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한 데다 부실 채권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연말쯤엔 내년 대출 영업을 위한 수신 확보에 나설 수 있어서다.
안수진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저축은행이 수익성과 자산건전성을 일정 수준 회복할 경우 업권간 금리차가 다시 확대되면서 유의미한 자금 이동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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