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IP 3만5000편 네이버행…카카오엔터, 새 동력 절실

글로벌 만화·웹툰 IP 패권 경쟁 격화

2025-09-17     변인호 기자

네이버웹툰의 미국법인 웹툰엔터테인먼트가 월트디즈니컴퍼니의 만화 3만5000편쯤을 배급하게 된다. 디즈니는 단순 IP 라이선스 공급을 넘어 웹툰엔터테인먼트에 2% 지분투자도 검토한다. 글로벌 만화·웹툰 시장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양분하던 네이버 쪽으로 세계 최대 콘텐츠 공룡 디즈니가 가세한 형국이다. 기업공개(IPO)가 사실상 무산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 챗GPT 생성 이미지

IP 필요한 네이버, 모바일 필요한 디즈니

네이버웹툰과 월트디즈니컴퍼니는 15일(현지시각) 디지털 만화 플랫폼 개발을 위한 비구속적 조건 합의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월트디즈니컴퍼니가 소유한 디즈니, 마블, 스타워즈, 픽사, 20세기 스튜디오 등 만화 IP 3만5000편쯤을 디지털로 유통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운영을 웹툰엔터테인먼트가 담당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와 네이버 웹툰엔터테인먼트의 협력은 아직 최종 합의에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계약을 확정할 가능성은 큰 것으로 분석된다. 

양측의 합의는 서로의 필요성이 절실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웹툰의 경우 정체된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성장동력이 필요하다. 네이버웹툰의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전년 대비 2.1% 감소한 2440만명이다. 결제 이용자(MPU)는 같은 기간 7.6% 줄어든 370만명이다. 보는 이만 계속 웹툰을 보는 경향이 나타나서다.

여기에 글로벌 성장도 절실한 상황이다. 네이버는 앞서 2021년 북미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하며 북미 진출 거점을 마련했다. 이후 웹툰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북미 시장 영향력 확대를 추진해 왔지만 시장에 별다른 기대를 심어주지 못했다. 일본 지역이 성장하며 국내 실적 감소를 상쇄하고 있지만 웹툰엔터테인먼트가 성장하려면 북미를 비롯한 기타 지역 성장이 필요하다.

반대로 디즈니는 팬덤 고령화와 디지털 전환 지연이 과제로 꼽히고 있다. 디즈니가 보유한 마블과 스타워즈 같은 IP가 예전만큼의 흡입력을 보여주지 못해 디즈니가 1020 Z세대 남성층과 접점이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디즈니가 웹툰을 이용해 Z세대 남성 팬덤을 형성하려 한다고 봤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수세 몰리나

네이버 웹툰엔터테인먼트와 월트디즈니컴퍼니의 사업 협력은 글로벌 만화·웹툰 시장 구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시장을 양분한 가운데 아마존,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가 웹툰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상황에서 네이버는 디즈니 IP를 얻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가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성장동력이 부족해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싱가포르 투자청 등으로부터 유치한 1조원대 투자금은 대부분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에 투입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금 ‘나 혼자만 레벨업’을 이을 새로운 IP도 부족한데 IPO로 투자금을 대거 확보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네이버와 다른 사업구조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 유치에 불리한 모양새다. 네이버는 주요 권역별 플랫폼이 2종쯤 운영된다. 한국은 네이버웹툰, 네이버 시리즈, 일본은 라인망가와 이북재팬, 북미는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웹툰(WEBTOON)’과 왓패드다. 북미 웹툰, 왓패드에 디즈니용 플랫폼이 추가된다. 웹툰 플랫폼과 웹소설 플랫폼 같은 식의 구분이다. 또 상장된 웹툰엔터테인먼트가 북미 월간 활성 이용자(MAU)가 1억5500만명쯤을 확보했다고 발표할 수 있는 점도 있다.

반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국내만 해도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웹툰으로 나뉜다.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웹툰에는 동일한 웹툰이 올라온다. 웹소설은 카카오페이지에 올라온다.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웹툰은 같은 웹툰이라도 플랫폼별 프로모션이 다르게 적용된다. 한 곳에서는 3시간마다 1화씩 무료로 볼 수 있다면 다른 곳에서는 1일이 걸릴 수도 있다.

카카오는 또 일본 픽코마, 북미 타파스 등 지역별, 권역별 플랫폼을 개별 운영한다. 합산 MAU 같은 수치를 공개한 적도 딱히 없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플랫폼 매력도가 네이버 웹툰엔터테인먼트 대비 부족한 모양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네이버와 직접 경쟁하는 웹툰·웹소설 분야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성장세 둔화가 뚜렷해진 국내와 달리 북미 지역에서 유의미한 지표 성장세가 관찰되고 있다”며 “네이버는 디즈니와 파트너십으로 웹툰 부문 성장세가 10% 이상으로 가속될 전망이다”라고 분석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