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보이스피싱 피해금액 금융사 배상 방안 추진
보이스피싱 대응 AI 플랫폼 구축, 가상자산 악용 방지 등도 제시 우려 목소리도… “치팅 발생 가능성 크고 비용도 부담”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보이스피싱 피해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금융사가 배상토론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개개인들만 책임을 져선 보이스피싱 피해를 근절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다. 하지만 이러한 법제화 추진이 악용될 수 있어 인센티브 전략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태훈 금융위원회 금융안정과장은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보이스피싱 수사 및 피해구제 제도개선 정책토론회’(김문수·김승원·김용민·민병덕·민형배·박주민 국회의원 공동주최)에서 “여러 가지 법제와 전문성을 갖춘 기관들이 체계적으로 (보이스피싱 문제에) 대응해야 하고 전문 기관들에 유인이나 모티베이션(동기부여)을 줘야 막을 수 있는 측면들이 있어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선 금융위는 금융사 등 보이스피싱 예방에 책임이 있는 주체가 보이스피싱 피해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배상하는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책임’ 법제화를 추진한다.
김 과장은 “금융권에서 ‘배상 책임 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나 피해자들이 직접 이체한 경우는 지원되지 않는 등 지원 요건이 협소해 실질적인 피해구제가 되지 않는다”며 “그 부분을 넘어서 가지고 소비자들에게 필요성 있는 구제를 하되 불합리한 책임 전가라든가 금융사가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이 돼선 안 돼 배상 요건, 한도 등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이스피싱 예방·대응을 위한 전담부서 설치, 전문인력 배치 등을 의무화하고 금감원에서 보이스피싱 대응 역량을 평가하도록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급증하고 있는 보이스피싱 피해와 진화하는 범죄 수법에 대한 대응 역량이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보이스피싱 인공지능(AI) 플랫폼도 구축한다. 금융·통신·수사 정보를 모아 AI 패턴 분석 등을 통해 의심계좌를 사전 차단하는 용도다. 현재 은행 등에서 사기방지시스템(FDS) 등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잔체 보유 정보만 활용해 한계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김 과장은 “금융보안원에서 (자료를) 취합해 필요한 기관들이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며 “현행법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10월 중 플랫폼 마련을 추진하고 법 개정 등을 통해 공유할 수 있는 정보 범위를 넓히며 플랫폼을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필요정보는 가공없이 즉시 타 기관에 공유해 범죄자 계좌 지급정지 등을 조치해 피해자에게 자금을 돌려주는 작업을 하려고 하고 있고 AI를 활용한 패턴 분석 등을 통해 모은 AI 분석정보는 보이스피싱 의심계좌 사전탐지 등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가상자산을 악용한 보이스피싱도 방지한다. 은행 계좌로 들어왔던 자금을 가상자산으로 입금하도록 하거나 처음부터 가상자산으로 입금하라는 범죄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가상자산 거래소의 경우 은행과 다르게 계좌 지급정지 등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상태다.
김 과장은 “가상자산거래소와 가상자산도 일반 금융사와 같이 보이스피싱 의심계정에 대해 지급정지나 피해자 환급 등 조치 근거를 마련할 것”이라며 “법 적용 대산인 금융회사에 가상자산사업자를 포함하고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해 피해 방지를 위한 자체탐지 운영과 의심정보 공유 등에 대한 의무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위의 보이스피싱 대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금융권에 대한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책임 시행 시 치팅(부정행위)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또 피해구제 신청이 많을 경우 이를 판단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강인 금감원 금융사기대응2팀 팀장은 이날 토론에서 “소액 같은 경우 100만원 정도 보이스피싱 당했다고 하면 100만원이 실제 보이스피싱인지 아니면 치팅을 한 것인지 판단하는 데 투입되는 금액이 배상보다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원칙 자체가 예상할 수 있도록 일종의 동기부여를 하는 장치인데 무과실 배당책임이 부담되지 않기 위해선 균형감 있게 규정돼야 한다”며 “은행들이 부담을 하도록 하는 그 인센티브 체계를 구축하는 게 좀 더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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