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 코스피, PER도 연고점 경신… 과열 조짐 우려도

코스피 PER 16배, 작년 9월 이후 최고 포스코퓨처엠, 삼성SDI, LG화학 등 선행 PER 석 달 새 급등 공매도 잔고도 11.6조원 연중 최대

2025-09-18     윤승준 기자

코스피가 3400선을 돌파하면서 주가 과열 ‘경고등’이 켜졌다. 실제 17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 넘게 하락하며 12거래일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문제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다. 주가수익비율(PER)이 주요국 대비 상승율이 상당히 높아서다. 최근 3개월 새 PER 전망치가 20% 이상 올라간 코스피 종목도 5개 중 1개나 된다. 공매도 잔액도 최대 규모다. 코스피 급등세를 두고 단기 조정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화 대비 달러화,  코스닥 수치가 나타내고 있다. / 뉴스1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16일 기준 PER은 15.93배다로 연중 최고치로 작년 9월 19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PER은 주가가 순이익 대비 얼마나 비싼지 또는 저렴한지 보여주는 지표다. 주당순이익(EPS)에서 주가를 나눠 계산한다.

무엇보다 상승폭이 주요국 대비 높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산출하는 주가지수인 ‘아이셰어 MSCI 코리아’ PER은 전날 기준 10.76배로 작년 12월(8.79배) 대비 22.4%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VTI)은 26.76배에서 26.76배로 0.04%, 중국(FXI)은 9.52배에서 10.9배로 14.5%, 독일(EWG)은 15.57배에서 18.64배로 19.7%, 인도(INDA)는 23.77배에서 23.82배로 0.2%, 일본(EWJ)은 14.11배에서 16.87배로 19.6% 올랐다.

코스피가 급등하면서 PER이 과도하게 오른 대형 종목도 속출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100 종목 중 추정치가 존재하는 91곳의 12개월 선행 PER은 평균 21.06배다. 3개월 전 대비 선행 PER이 20% 상향된 종목도 19개에 달했다.

일례로 포스코퓨처엠은 15일 기준 12개월 선행 PER이 148.98배로 3개월 전(97.82배) 대비 52.3%나 뛰었다. 3개월 전 599억원으로 전망됐던 올해 순이익(지배주주 기준)이 현재 166억원으로 급감했음에도 주가가 4.1% 올라간 영향이다. 증권가 전망도 비관적이다. 이달 포스코퓨처엠 리포트를 낸 증권사 2곳 모두 투자의견 ‘중립’으로 하향하고 목표가도 내렸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양극재 미국 판매 비중이 높아 미국 전기차 수요둔화 영향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를 고려해 내년 판매 추정치를 19% 하향 조정했고 신규 캐파(Capa) 추가로 오버캐퍼서티(생산설비 과잉) 우려도 가중됐다”고 했다. 

삼성SDI도 3개월 전 12개월 선행 PER이 21.69배였으나 현재 54.08배로 급등했다. 1432억원이었던 예상 순이익이 5669억원 순손실로 변했음에도 주가가 17.1% 오른 결과다. 5660억원 흑자에서 827억원 적자로 바뀐 LG화학도 12개월 선행 PER은 12.88배에서 31.55배로 대폭 상승했다. 두 기업은 최근 증권사로부터 목표가 및 투자의견 중립 하향 평가됐다.

코스피100지수 중 12개월 선행 PER 상위 기업 / 윤승준 기자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LG화학에 대해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 보조금에 기반한 영업실적 기여는 긍정적이나 석유화학과 전지소재(첨단) 부문 영업적자 추정은 기업가치를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밖에 에너지·소재 업체 한화솔루션은 12개월 선행 PER이 3개월 새 19.35배에서 35.12배로 급등했고 HD현대일렉트릭(26.77배), LS ELECTRIC(25.13배), 삼양식품(23.33배), 삼성전기(19.72배) 등도 12개월 선행 PER이 석 달간 20% 이상 상승했다.

반면 내린 종목도 있다. 스테이블코인 테마로 고(高) PER 종목의 대명사로 불렸던 카카오페이는 12개월 선행 PER이 99.66배로 석 달 전(154.67배) 대비 하락했다. 다만 100배에 육박할 정도여서 여전히 고평가 상태라는 의견이 많다.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순보유 잔고 금액 비중도 6.5%로 코스피 종목 중 가장 높다. 매도(하락) 베팅이 많이 걸려 있다는 의미다. 증권사 ‘매도’ 리포트까지 나와 주가 상승 동력을 사실상 상실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 리레이팅(재평가) 구간에서 2대 주주 알리페이의 반복적인 지분 출하는 명백한 리스크 요인”이라며 “최근 불거진 거버넌스 리스크는 스테이블코인 등 금융 신사업 확장 과정 속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에 코스피 주요 종목에 공매도 잔액도 많이 쌓였다. 거래소에 따르면 12일 기준 코스피 공매도 순보유 잔고금액은 11조6263억원으로 공매도를 재개한 3월 말 이후 최대치다. 하락을 예상하며 베팅한 물량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9월 코스피 급등은 단기 고점 통과 과정일 가능성 높다”며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기대로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온 만큼 단기 상승 동력은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스피 3400선에선 추격 매수를 자제하고 상승 폭이 큰 업종 비중은 줄이고 저평가 업종을 늘리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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