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대개편 앞둔 카카오…AI로 위기 돌파할까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AI 기반 ‘슈퍼앱’으로 전환하겠다고 예고했다. 9월 23일 열리는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 카카오(if kakao) 25'에서 개편 방향과 AI 서비스 전략을 공개한다. 성장 정체와 콘텐츠 부진, 창업자 김범수 리스크에 흔들리는 카카오는 네이버와 AI 전면 경쟁에 나설 전망이다.
카카오는 9월 23일부터 25일까지 경기도 용인에서 이프 카카오를 개최한다. 개막일인 23일에는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무대에 올라 카카오톡 개편안, 신규 AI 서비스, 오픈AI 협업 제품 등을 직접 소개한다. 카카오는 17일 공개한 티저 영상을 통해 카카오톡 개편 방향을 “쓰는 이에 집중, 쓰기 좋게 맞춤”이라고 소개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단순 메신저를 넘어선 '슈퍼앱'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카카오톡에 AI 서비스를 결합하고 있는 만큼, 슈퍼앱 전환은 카카오의 위기 돌파를 위한 히든카드로 평가된다.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톡 월평균 사용시간 감소 등 성장 한계에 부딪혔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카카오톡의 월평균 사용시간은 전년 대비 13억분 감소했다. 같은 기간 유튜브는 78억분, 인스타그램은 62억분 증가한 것과 비교된다. 사용시간은 카카오 광고 매출과 직결되는 지표다. 사용시간이 줄면 광고 수익도 줄어든다.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콘텐츠 부문도 흔들리고 있다. 네이버는 북미법인 웹툰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월트디즈니컴퍼니의 만화 3만5000편을 확보했고, 지분 투자도 추진 중이다. 게임 부문에서는 카카오게임즈의 신작 출시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그나마 SM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한 음악 부문만이 실적을 방어하고 있다. 여기에 김범수 창업자의 사법 리스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공개(IPO) 사실상 무산, 분사·분할 상장으로 인한 노사 갈등까지 겹치며 카카오는 안팎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는 네이버와 정면 대결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지금까지는 메신저, 선물하기 기반 커머스, 게임·음악 등 콘텐츠 중심의 서비스를 통해 네이버와 직접 경쟁하는 분야가 많지 않았다. 직접 경쟁 구도는 포털 다음(Daum), 웹툰·웹소설(카카오페이지·카카오웹툰) 정도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AI 에이전트를 중심으로 네이버를 비롯한 AI 기업들과 플랫폼 이용자 확보를 위한 정면 승부가 불가피해졌다.
반대로 네이버 입장에서는 AI 서비스와 카카오톡 개편을 앞세운 카카오로부터 시장 점유율을 방어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네이버는 지난해부터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통해 넷플릭스,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게임패스, 컬리, 우버 등과 제휴를 맺고 검색, 커머스, 커뮤니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들 영역에는 네이버의 AI가 적용된다. 네이버는 자사 모든 서비스에 AI를 적용하겠다는 '온서비스 AI 전략'을 추진 중이다.
관건은 9월 23일 공개될 카카오톡 개편 방향과 AI 서비스가 이용자들에게 얼마나 호응을 얻느냐다.
최승호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빌리티·커머스·페이 등 기존 서비스를 연결하는 데 있어 카카오 AI 에이전트가 다른 AI보다 강점이 있다”며 “카카오톡에 챗GPT가 도입될 경우, 네이버와 넷플릭스 제휴처럼 명확한 구독 가격 인센티브가 있어야 경쟁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카카오 AI 에이전트는 카카오톡 체류시간을 늘리고 기존 카카오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라며 “삼성, 구글, 애플도 AI 에이전트를 준비하고 있지만, 카카오는 AI와 자사 특화(버티컬) 서비스를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분석했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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