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만원대 AI PC, 보급형 시장 문 여는 퀄컴 ‘스냅드래곤 X’ 플랫폼 [리뷰]

‘실용성·이동성·가격’ 삼박자로 보급형 AI PC 시장 공략

2025-09-19     권용만 기자

올해 PC시장의 화두는 지난 해부터 본격적으로 열린 ‘AI PC’로의 전환을 꼽는다. AI PC는 클라우드를 통해서만 쓸 수 있었던 인공지능(AI) 기술들을 인터넷 연결 없이도 실용적인 성능으로 쓸 수 있어 AI 시대로의 전환 속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특히 올해는 세상에 등장한 지 10년된 ‘윈도10’의 지원 종료와 전환을 앞두고, AI PC가 많은 선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AI PC로의 전환 기조 속 걸림돌은 ‘가격’이었다. 이제 막 첫 세대가 자리잡은 AI PC 시장은 기존 PC 대비 차별화된 ‘프리미엄’급 시장에서부터 시작했다. 올 한 해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대부분의 PC는 ‘AI PC’ 고, 가격대는 꾸준히 낮아졌지만 여전히 그 한계는 100만원 초중반대의 ‘메인스트림’ 급 정도였다. 여전히 PC에서 AI를 쓰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X 시리즈’ SoC(시스템온칩)는 AI PC 시대의 시작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PC’의 첫 파트너이자 기존 x86 기반 PC 시장에 Arm 기반 아키텍처라는 새로운 선택을 현실화한 제품이다. 이 스냅드래곤 X 시리즈의 보급형으로 등장한 ‘스냅드래곤 X’는 상위 모델 대비 일부 사양을 조정했지만 신경망처리장치(NPU)성능은 유지하고 보급형 제품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이 제품을 탑재한 레노버 아이디어패드 슬림 3x 제품은 현재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80만원대 코파일럿+ PC 제품이 됐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X 시리즈’에 보급형 모델로 추가된 ‘스냅드래곤 X’ / 권용만 기자

보급형 시장 목표, 실용적인 성능에 NPU 중심 AI 활용 강조

퀄컴의 ‘스냅드래곤 X 시리즈’ 프로세서는 지금까지 수년간 이어져 오던 Arm 아키텍처와 윈도 생태계의 접목 시도에서 새로운 국면을 만든 바 있다. 특히 이전의 제품들이 모바일용 SoC를 PC에 올린 수준이었다면, ‘스냅드래곤 X 시리즈’는 PC시장의 특수성을 반영해 기존 모바일용 프로세서가 아닌 새로운 ‘빅 코어’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것이 특징이다. 40TOPS(초당 40조회 연산) 이상 성능의 NPU를 갖추고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PC’의 시작을 함께 한 것도 이 ‘스냅드래곤 X 시리즈’였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X 시리즈’는 ‘스냅드래곤 X 엘리트’가 지난해 가장 먼저 선보였고, 이후 사양과 가격대를 조절한 ‘스냅드래곤 X 플러스’와 ‘스냅드래곤 X’가 선보였다. 올 1월 공식 발표된 ‘스냅드래곤 X’는 600달러(약 83만원)대 가격대의 보급형 AI PC 시장을 위한 제품으로 소개됐다. 상위 모델들과 비교하면 주요 기술적 구성은 공유하지만 프로세서의 동작 속도와 그래픽처리장치(GPU) 규모가 줄었지만, 45TOPS 성능의 NPU는 그대로 유지돼, 부담없는 가격대의 보급형 PC에서도 ‘코파일럿+ PC’의 기능을 누릴 수 있는 선택지가 됐다.

퀄컴은 이 ‘스냅드래곤 X’의 주요 사용자층으로 일상에서 기본적인 컴퓨팅 환경이 필요한 10~20대의 학생이나 20~30대의 프리랜서, 30대 중심의 비용 효율을 중시하는 소비자를 꼽는다. 이들 소비자층에서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특징은 적절한 실용적 성능과 합리적 가격대에 뛰어난 ‘이동성’이 꼽힌다. 퀄컴은 이러한 목표 시장에서 필수 애플리케이션을 빠짐없이 지원할 수 있는 호환성과 실용적 성능, 뛰어난 전력 효율이 장점인 스냅드래곤 X로 시장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퀄컴 스냅드래곤 X 플랫폼 주요 특징 / 퀄컴

퀄컴 ‘스냅드래곤 X’는 기존에 프리미엄 급 제품 시장에서 경쟁하던 ‘스냅드래곤 X 엘리트’와 주요 기술 특징을 공유하지만 구성은 조정됐다. 프로세서 코어는 같은 ‘오라이온(Oryon)’ 코어를 기반으로 하지만 코어 수는 12개에서 8개로 줄었다. 스냅드래곤 X 시리즈는 4개 코어가 한 개의 클러스터로 구성되는데 스냅드래곤 X는 이 클러스터를 두 개만 사용한 8코어 구성이다. 프로세서의 캐시 또한 클러스터 한 개 분량인 12MB(메가바이트)가 빠진 최대 30MB 용량이 됐다. 

스냅드래곤 X 시리즈에 사용된 ‘오라이온’ 코어는 퀄컴이 2021년 인수한 누비아(NUVIA)의 설계를 기반으로 한 ‘빅 코어’다. 스냅드래곤 X 시리즈는 최근 많은 프로세서들이 사용하는 ‘빅-리틀’ 형태의 하이브리드 코어 구성을 사용하지 않고도 오라이온 코어만으로 성능과 효율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동작 속도는 상위 모델들이 최대 4.3GHz 부스트 동작 속도까지 지원하는 데 비해, ‘스냅드래곤 X’는 최대 3GHz 정도고 부스트 기능도 없다.

오라이온 코어는 기본 성능 면에서는 클럭당 8개 명령어를 처리할 수 있는 디코더 구성 등으로 최신 ‘빅 코어’ 급 성능을 충분히 갖췄다. 벡터 연산 지원 폭에서는 전통적인 128비트 폭의 NEON 명령어 체계만을 지원하는 부분이 아쉽지만 4개의 벡터 파이프라인 전체에서 동시 처리가 가능해 성능 측면에서는 경쟁력을 갖춘 모습이다.

메모리 인터페이스는 LPDDR5x-8448 메모리의 128비트 버스 구성으로 최대 대역폭은 135GB/s 정도다. 구성 가능한 최대 메모리 용량은 64GB지만 스냅드래곤 X 기반 제품은 대부분 16~32GB 정도 구성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스토리지 연결을 위한 인터페이스는 SD v3.0과 PCIe(PCI익스프레스) 4.0 연결을 사용할 수 있다. 외부 디바이스를 위한 USB 연결 또한 플랫폼 차원에서는 USB 4.0 40Gbps 연결까지 지원할 수 있다. 

스냅드래곤 X 시리즈 제품군별 주요 특징 / 퀄컴 홈페이지 갈무리

스냅드래곤 X에 사용된 GPU는 ‘아드레노 X1-45’다. 퀄컴의 ‘아드레노 X1’은 이미 ‘스냅드래곤 8 Gen2’에 사용된 바 있지만 동작 속도를 높여 성능을 차별화했다. 아드레노 X1은 윈도 환경에서 ‘다이렉트X 12.1’과 ‘다이렉트ML’, ‘오픈CL 3.0’ 등을 지원한다. 레이 트레이싱 기술도 지원하지만 ‘다이렉트X 얼티밋’은 지원하지 못한다. 아드레노 X1 GPU는 최대 6개의 쉐이더 프로세서 블록 구성이 가능하다. 제품군에 따라 6개 블록을 모두 갖춘 ‘X1-85’와 절반만 갖춘 ‘X1-45’로 나뉘고, 프로세서 제품군에 따라 동작 속도도 차별화됐다.

스냅드래곤 X에 사용된 ‘아드레노 X1-45’는 스냅드래곤 X 시리즈 전체에 사용된 아드레노 X1 시리즈 GPU중 가장 기본적인 성능만 갖췄다. 최대 동작 속도는 1.1GHz 정도인데, 스냅드래곤 X 엘리트 시리즈의 ‘X1-85’와 비교하면 유닛 구성과 동작 속도에서 모두 차이가 있어, 실제 성능은 X1-85의 절반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스냅드래곤 X의 ‘아드레노 X1-45’의 GPU 연산 성능은 1.7테라플롭스(TFLOPS)로, 스냅드래곤 X 엘리트의 ‘아드레노 X1-85’의 3.8~4.6TFLOPS의 절반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정도다.

물론 이러한 GPU 성능이 모든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게이밍이나 GPU 기반 AI 활용 등이 아니면 GPU 연산 성능이 실제 체감 성능 차이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영상 재생에서는 AV1 코덱의 4K 영상까지도 하드웨어 가속을 통해 성능 부담 없이 부드럽게 감상할 수 있고, GPU에 탑재된 하드웨어 영상 인코더는 영상 녹화나 화상회의 등에도 쓸 수 있다. 디스플레이 연결 또한 외부로는 4K 디스플레이 3대나 5K 두 대까지, 내부에서는 eDP v1.4b 연결로 QHD(2560x1440) 120Hz HDR10 디스플레이 구성까지 가능하다. 

보급형 ‘스냅드래곤 X’에도 고성능 NPU를 탑재했다. / 퀄컴

퀄컴 스냅드래곤 X에서 AI 성능 전략의 중심은 헥사곤(Hexagon) NPU다. 스냅드래곤 X는 상위 모델들과 비교해 프로세서 코어 수나 GPU 성능 모두 줄었지만 NPU 성능은 모든 제품군에서 동일하게 45TOPS 성능을 제공한다. 이에 스냅드래곤 X를 탑재한 제품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 PC’ 규격을 충족한다. NPU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상황에서는 고가의 상위 모델들 못지 않은 만족스러운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스냅드래곤 X 제품군의 헥사곤 NPU는 8비트 정수연산 환경에서 최대 45TOPS 성능을 제공한다. 시스템 차원에서는 AI 처리에 NPU 뿐만 아니라 CPU와 GPU, ‘센싱 허브(Sensing Hub)’의 디지털 신호 프로세서(DSP), 마이크로 NPU 등을 모두 통합해 플랫폼 전반의 기능 강화 등에서도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지원한다. 퀄컴은 스냅드래곤 X 제품군 전반에서 AI 기술 활용에 GPU보다 NPU의 활용에 초점을 맞춘다는 전략이다.

현재 스냅드래곤 X 기반 제품의 NPU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곳은 윈도의 ‘코파일럿+ PC’다. 스냅드래곤 X 시리즈는 코파일럿+ PC를 지원하는 첫 플랫폼이며, 현재도 가장 많은 기능이 지원되는 플랫폼이다. 윈도11 최신 버전에서 지원하는 ‘코파일럿+ PC’ 기능에는 이미지 생성 기능인 ‘코크리에이터’나 ‘이미지 크리에이터’, 사진 앱의 AI 기반 편집 기능과 초해상도(Super Resulution) 기능, 실시간 번역 기능, 과거 작업 과정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해 주는 ‘리콜’ 기능 등이 있다.

다양한 서드파티 애플리케이션에서도 NPU를 통한 가속을 지원한다. 특히 사진 편집 프로그램 ‘루미나 네오’에서는 AI를 통한 업스케일링이나 선명도 높이기 기능이 NPU를 사용하고, ‘어피티니 포토 2’에서는 사진 내 정밀한 객체 선택에 NPU를 활용한다. 영상 편집에서도 ‘캡쳐 원’에서는 AI 기반 크롭과 컬러 그레이딩에, ‘다빈치 리졸브’에서는 매직 마스크와 슈퍼 스케일 기능에 NPU를 쓴다. 이 외에도 온디바이스에서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하는 데도 쓸 수 있겠지만, 아직 범용 도구들에서의 지원은 조금은 미흡한 모습이다.

퀄컴 스냅드래곤 X를 탑재한 80만원대 노트북 PC ‘레노버 아이디어패드 슬림 3x’ / 권용만 기자

보급형 노트북에서도 돋보이는 ‘AI’와 ‘이동성’

보통 성능 좋은 노트북이 가격대가 높지만, 노트북 PC의 가격과 가치는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때로는 자주 들고 다녀야 하는 만큼 크기와 무게 등 ‘이동성’도 중요한 가치가 되는데, 노트북의 크기와 무게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얇고 가벼워지면 이 또한 높은 가격의 이유가 된다. 기존 ‘스냅드래곤 X 엘리트’는 이러한 프리미엄 시장을 목표로 해 얇고 가벼운, 고가형 제품들에 많이 탑재됐다. 하지만 이 ‘스냅드래곤 X’는 80만원대 보급형 시장을 노리고, 단순히 기존 제품에 프로세서만 바꿔서는 가격대를 맞추기 어렵다.

이번에 살펴볼 레노버의 ‘아이디어패드 슬림 3x’ 모델은 퀄컴 스냅드래곤 X를 탑재한 보급형 노트북 PC가 어떤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를 잘 보여 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이 제품은 프로세서를 제외한 다른 기술적 구성에는 전형적인 보급형 노트북 PC의 공식을 따랐다. 제품 외관은 나름대로 신경을 쓴 모습이지만 금속이 아닌 플라스틱 소재고, 디스플레이는 1920x1200 해상도의 15.3인치지만 색재현율은 sRGB 100%에 미치지 못한다. 두께는 16.9mm, 무게는 1.6kg 정도로 비슷한 크기의 노트북 대비 평균 수준이다.

제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 키보드에는 백라이트 기능이 옵션이고, 배터리 용량도 50Whr(와트시), 60Whr 용량을 옵션으로 마련했다. 포트 구성에서는 USB-C포트도 연결 속도는 5Gbps 정도로 낮췄고, HDMI 포트 규격은 ‘HDMI 1.4’로 4K 60Hz 출력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신 노트북에서 양보할 수 없는 편의성을 위해 USB-C 포트를 통한 충전과 디스플레이 출력 기능은 남겨 뒀고, 무선 연결은 ‘와이파이 6E’를 지원한다. 

이런 제품 구성을 통해 이 제품은 89만9000원부터 시작하는 출시가와 70만원대의 실제 시장 판매가를 달성했다. 현재 ‘코파일럿+ PC’를 지원하는 PC로는 최저가이며, ‘스냅드래곤 X’가 목표로 하는 600달러, 80만원대 가격대의 AI PC라는 목표는 훌륭히 달성한 모습이다. 이러한 가격대의 보급형 노트북 PC에서 지금까지 기대하기 어려웠던 준수한 휴대성과 ‘코파일럿+ PC’ 기능 측면은 이 제품의 중요한 매력이 될 것이다.

Cinebench 2024 테스트 결과, 높을수록 좋다. / 권용만 기자
Geekbench 6 테스트 결과, 높을수록 좋다. / 권용만 기자
3DMark(CPU Profile) 테스트 결과, 높을수록 좋다. / 권용만 기자

테스트에 사용한 레노버 아이디어패드 슬림 3x 제품 구성은 스냅드래곤 X 프로세서와 16GB 메모리, 512GB SSD, 50Wh 배터리 용량의 기본 구성이다. 운영체제는 윈도11 24H2에 8월 선택 업데이트까지 적용했다. 테스트는 제품의 전력 설정 수준에 따른 기본 성능 추이를 확인했고, 전력 설정은 윈도 제어판에서의 설정을 적용했다. 별도의 제품 설정 최적화 기능은 활성화하지 않았다. 한편, 전력 설정에 따른 성능 추이는 제조사의 제품 설계와 설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프로세서의 연산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시네벤치 2024(Cinebench 2024)’ 테스트 결과에서 ‘스냅드래곤 X’는 제법 인상적인 성능을 보여준다. ‘균형’ 모드를 기준으로 했을 때 싱글 코어와 멀티코어 점수 모두 기대 이상이다. 균형 모드 기준에서는 외부 전원 공급과 배터리 사용 시의 성능이 동일한 부분도 장점으로 다가온다. 한편, 균형 모드 대비 최대 성능 모드에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없고, 배터리를 사용하는 최대 효율 모드에서는 본격적으로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도 확인된다.

프로세서와 GPU 연산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긱벤치 6(Geekbench 6)’ 테스트에서는 조금 다른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이 테스트에서는 균형 모드 기준 전원 연결과 배터리 사용 시 멀티 코어 성능에서 차이가 보인다. 이는 프로세서의 전원 관리 정책에서 배터리 사용시에 반응성 측면이 조금 조정된 경우 나올 수 있는 모습이다. 전체 성능 수준에서는 여전히 제법 훌륭한 모습을 보인다. GPU 성능은 외부 전원 연결 여부나 전력 설정에 상관없이 제법 일관적인 성능을 보이며, 최대 성능 모드의 이점도 보이지 않는다.

3D마크의 CPU 프로파일 테스트에서는 스냅드래곤 X 프로세서의 성능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 테스트에서도 스냅드래곤 X는 전원 연결 시의 균형, 최대 성능과 배터리 사용 시의 균형 모두까지 모두 큰 차이 없는 성능을 보인 점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배터리를 사용하는 최대 효율 모드에서는 전력 효율을 위해 제법 성능을 제한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3DMark 테스트 결과, 높을수록 좋다. / 권용만 기자
UL Procyon(Office Productivity) 테스트 결과, 높을수록 좋다. / 권용만 기자
UL Procyon(AI Computer Vision) 테스트 결과, 높을수록 좋다. / 권용만 기자
UL Procyon(AI Image Generation) 테스트 결과, 높을수록 좋다. / 권용만 기자
UL Procyon(1-hour Power Consumption) 테스트 결과, 단위 ‘퍼센트’, 낮을수록 좋다. / 권용만 기자

게이밍에서의 그래픽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3D마크(3DMark)’ 테스트 결과는 다소 아쉽다. 스냅드래곤 X의 ‘아드레노 X1-45’ GPU는 대략 스냅드래곤 X 엘리트의 ‘아드레노 X1-85’ 대비 절반 정도 성능에 그치고, 현재 시장의 경쟁 제품들이 보여주는 그래픽 성능보다 한 세대 이상 떨어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현재 스냅드래곤 X 시리즈 플랫폼이 게이밍에서는 성능 이전에 호환성 측면에서 아쉬운 면이 남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쉬워 보이는 GPU 성능은 이 제품의 실제 사용자들에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스위트 환경에서의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UL 프로시온(Procyon)의 오피스 생산성 테스트에서도 전반적으로 기대 이상의 준수한 성능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균형’ 설정에서도 전원 연결 시와 배터리 사용 시 간 다소의 성능 차이가 있지만, 배터리 사용 시에도 충분히 쾌적한 성능을 보여 준다. 배터리 사용 시의 ‘최대 효율’에서는 성능이 제법 떨어지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실용적인 성능을 기대할 수 있을 수준이다.

UL 프로시온의 ‘AI 컴퓨터 비전’ 테스트에서 헥사곤 NPU가 보여 주는 성능은 충분히 훌륭하다. 그리고 스테이블 디퓨전 기반 ‘AI 이미지 생성’ 테스트에서의 성능은 여타 코파일럿+ PC에서 NPU를 활용한 것과도 비슷한 수준이고 외장 GPU가 크게 아쉽지 않을 정도다. NPU에 최적화된 AI 모델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면 스냅드래곤 X의 GPU 역량 부족이 그리 아쉽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소비 측면에서는 UL 프로시온의 1시간 배터리 소비 테스트에서 ‘균형’ 모드로 오피스 생산성은 시간당 7%, 비디오 재생은 시간당 5% 정도를 소비했다. 단순 계산으로는 50Whr의 배터리로도 오피스 작업을 14시간 가량, 비디오 재생은 20시간을 할 수 있을 정도다. ‘최대 효율’ 설정시에는 오피스 생산성에서도 시간당 5%를 소비한다. 오피스 작업을 20시간 가량 할 수 있을 수준이다. 실제 일상 작업에서도 ‘균형’ 모드에서는 무리 없이 10시간 이상을, ‘최대 효율’에서는 15시간 이상을 쓸 수 있었다. 이 정도의 배터리 사용 시간은 지금까지 이 가격대의 노트북 PC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웠을 수준이기도 하다.

한편, 퀄컴 스냅드래곤 X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은 일상에서의 영상 감상 성능에서도 아쉬움 없는 성능을 보였다. 유튜브의 4K 60fps AV1 코덱 기반 영상은 하드웨어 가속으로 깔끔하게 재생됐고, 8K 60fps AV1 기반 영상은 CPU로 처리했지만 어떻게든 감상이 가능한 정도의 성능을 보였다. 온디바이스 LLM 모델 구동에서도 현재 서드파티 툴들에서는 NPU 지원이 다소 부족한 상황이지만, 7~8B(70~80억 파라미터) 규모의 모델 정도는 프로세서로만 돌려도 초당 20~30토큰 정도의 성능이 나올 정도다.

보급형 AI PC 시장의 기준을 재정의할 퀄컴 ‘스냅드래곤 X’ / 권용만 기자

기존 PC 시장이 AI PC 시대로 바뀌는 시점에서 등장한 퀄컴 ‘스냅드래곤 X 시리즈’와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PC’는 기존의 고착화된 PC 시장 구도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성과는 ‘절반의 성공’ 정도로 평가된다. ‘스냅드래곤 X 엘리트’를 탑재한 고가의 프리미엄 급 모델들은 확실한 장점이 있지만 비슷한 가격대에서 x86 프로세서의 익숙함과 호환성을 버리고 새로움을 선택할 차별성 측면이 조금 부족한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보급형 PC 시장에서 ‘스냅드래곤 X’를 탑재한 노트북 PC는 상황이 다르다. 일단 일상의 기본적인 컴퓨팅 수요에 스냅드래곤 X의 성능은 충분히 높은 경쟁력을 가졌다. 이 시장의 소비자층에 필요한 주요 애플리케이션들도 이미 거의 다 네이티브 Arm 기반으로 준비됐다. 강력한 NPU 성능과 ‘코파일럿+ PC’ 대응은 확실한 강점이며, 이 가격대에서는 뚜렷한 경쟁 제품도 보이지 않을 정도다. 이 가격대의 제품에서 기대하기 어려웠던 뛰어난 배터리 사용 시간에서도 큰 만족감이 느껴진다.

올해 PC 시장의 화두로 ‘AI PC’로의 전환이 꼽히고, 10년간 사용된 ‘윈도10’ 지원 종료도 눈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많은 사용자들이 새로운 운영체제로의 전환에 맞춰 새로운 ‘AI PC’를 구매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80만원대 ‘스냅드래곤 X’ 탑재 노트북은 기존의 일반적인 노트북과 큰 차이 없는 가격대에서 차별화된 AI 기능들, 긴 배터리 사용 시간 등으로 차별화된 매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권용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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