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만에 재개된 주담대 대환대출… 소비자에겐 그림의 떡

2025-09-20     한재희 기자

‘6·27 부동산 대책’으로 막혔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갈아타기가 두 달여 만에 다시 열렸지만, 실 수요자들이 느끼는 효능감은 크지 않아 보인다. 1억원 초과 대출자들이 더 싼 금리로 다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고 하지만, 가계대출 총량을 억제해야 하는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받아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대환대출이 가능해졌지만 실제 체감효과는 미비할 것으로 보인다./DALLE

20일 은행권 등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전날 1억원 초과 주담대 대환을 재개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12일부터, 하나은행은 지난 18일부터 다시 문을 열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대환대출을 재개에 동참했다. 

앞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6·27 규제’를 통해 수도권·규제지역 보유주택을 담보로 대출받는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를 최대 1억원으로 제한했다. 차주들이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를 대환하더라도 소유권 이전 등기일로부터 3개월이 지났다면 생활안정자금 목적 분류돼 은행권 주담대 갈아타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실제로 7월 주담대 대환 이용 차주는 1374명으로 전달보다 46.2% 줄었고, 금액도 2993억원으로 49.3% 감소했다. 이는 4~5월(1968명·2008명, 4144억·4394억원)과 비교해도 큰 폭의 감소세다.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시점(3년)을 기다린 차주 등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정부는 9·7 추가 대책을 통해 증액 없는 대환대출 허용으로 규제를 완화했다. 

대환대출 길은 열렸지만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해야 하는 은행들은 굳이 낮은 금리를 제시하면서 대환대출 수요를 끌어안을 명분이 없다. 대환대출이 신규 대출로 잡히는 만큼 타행의 대출을 끌어올 필요가 없는 셈이다.

은행업계에서는 올해 연간 대출 총량이 기존 대비 절반 수준으로 깎이면서 대환 대출 수요를 제한 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규 대출 취급 문턱도 높인 상황인데, 기존 대출 대비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대환대출 문턱을 낮추기도 어렵다. 수요 쏠림 현상도 경계하는 모습이다.

NH농협은행이 연간 가계대출 총량관리 차원에서 한도와 상관없이 타행에서 넘어오는 주담대 대환 자체를 아예 받지 않고 있고, 신한은행이 대환대출 재개 시점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일관성 없는 정책 탓에 금융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은행들은 정부 규제에 맞춰 전산·시스템을 정비하느라 일시적인 대출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있다. 정부와 당국이 실수요자의 불편을 야기하는 등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환대출 정책 역시 차주의 금리 부담을 낮춰주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었다”면서 “정책의 잦은 변동이 영업점 현장과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