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비리온상 상호금융 압박했지만… 새마을금고는 부르지도 못해

19일 이찬진 금감원장 상호금융중앙회장 간담회 참석 농협, 5년간 금융사고 피해 규모 990억 업계 최대

2025-09-19     전대현 기자

상호금융권에서 금융사고가 잇따르자 금융감독원이 칼을 빼 들었다. 농협·신협·수협 등 주요 중앙회장을 불러 모아 전산화된 내부통제 구축을 압박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최근 가장 큰 사고가 터진 새마을금고는 행안부 소관이라는 이유로 이번 회동에서 빠지면서, 관리 사각지대라는 근본적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19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오전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상호금융중앙회장단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19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사에서 열린 상호금융 중앙회장 간담회에 참석했다. 회의에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김윤식 신협중앙회장, 노동진 수협중앙회장, 최창호 산림조합중앙회장 등이 자리했다. 

이날 이찬진 원장은 “영세한 조합들은 1건의 금융사고가 조합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으므로 내부통제를 보다 촘촘하고 세밀하게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호금융 업권 특성상 직원 수가 많지 않고, 내부 견제장치가 취약해 조합 자체 인력·인프라에 기대어서는 충분한 내부통제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봐서다.

잇따른 사고, 금감원 압박 배경

이 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상호금융권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는 현실을 배경으로 나왔다.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금융당국과 상호금융권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5년간 상호금융권 금융사고는 총 263건, 피해액은 약 1854억원에 달한다. 

이중 농협이 121건, 피해액 약 990억원으로 건수와 피해 규모가 가장 컸다. 이어 ▲신협 61건(203억원) ▲새마을금고 56건(404억원) ▲수협 21건(97억원) ▲산림조합 4건(95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올해도 사고와 제재는 이어지고 있다. 신협의 제재 조치 현황을 보면, 올해 1~5월 공표된 제재만 68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다른 상호금융의 제재 횟수는 새마을금고 39건, 농협 28건, 수협 22건, 산림조합 2건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지배구조법상 상호금융기관은 책무구조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올해부터 금융권에 도입된 책무구조도는 금융사고 발생시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하는 제도다. 반면 상호금융은 금융회사로 분류되지 않아 의무가 부여되지 않는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상호금융에 대해 ‘여신업무 내부통제 개선방안’에 적극 협력을 주문하고 있다. 상호금융의 금융사고 상당수가 대출 과정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농협·신협·수협 등은 지역 조합원이 맡긴 예금을 기반으로 다시 같은 조합원에게 돈을 빌려주는 구조라, 전체 영업에서 여신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그만큼 대출 심사·집행 단계가 사고 취약 지점으로 지목돼 왔다. 

이 원장은 “현재 금융감독원과 함께 추진 중인 ‘여신업무 내부통제 개선방안’ 마련에도 적극 참여해 여신 프로세스 전반에 걸친 전산관리 및 통제절차 강화에 힘써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행

행안부 소관 새마을금고, 상견례서도 빠졌다

이날 상견례에는 새마을금고가 초청 대상에서 제외됐다. 감독 권한이 금융당국이 아닌 행정안전부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새마을금고가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최근 5년간 금융사고 규모만 404억원에 달한다. 특히 성남 지역 금고에서는 유령 법인을 동원한 1716억원 규모 부당대출이 드러나 단일 금고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이에 감독권을 금융당국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사고와 부실 증가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현행 체계로는 대응이 한계가 있다다는 판단 때문이다. 행안부가 감독을 전담하면서 대응 역량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자 국회에서도 관련 법 개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국무회의에서 “새마을금고가 관리·감독 사각지대 같다”며 “금융위로 이관해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인사청문회에서 “상호금융기관의 반복적 금융사고를 고려할 때 감독 일원화 필요성이 크다”며 “다만 관계부처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업권 전체의 신뢰 회복을 위해선 내부통제 강화와 함께 감독체계 일원화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