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본의 노골적 '인텔 살리기'…삼성 파운드리 영향은
엔비디아가 인텔에 50억달러(약 6조9000억원)를 투자한다.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인텔 지분 10% 취득에 이은 것으로, 업계에선 엔비디아가 미 행정부의 노골적인 ‘인텔 살리기’에 동참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는 향후 엔비디아와 인텔이 파운드리 계약을 맺을 경우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장 2위 자리가 위태로운 삼성전자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본다. 인텔이 제3의 대형 경쟁자로 부상하면서 고객 확보 전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인텔이 엔비디아의 칩 생산을 맡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계약은 이번 협력에 포함되지 않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18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인텔의 파운드리 활용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양사가 공동 개발할 데이터센터·PC용 칩이 인텔의 파운드리 성장을 지원할지와 관련해선 답을 피했다. 파운드리 1·2위 TSMC와 삼성전자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인텔은 이미 파운드리 시장의 기술 장벽을 실감했다. 전임 팻 겔싱어 CEO 시절인 2021년 파운드리 사업부를 신설하며 이 사업의 재도전에 나섰지만 첨단 공정으로 전환이 지연되고 고객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으며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다. 매출은 대부분 자사 칩 생산이다. 인텔의 파운드리 부문 손실은 2023년 70억달러에서 2024년 130억달러로 급증했다.
반면 TSMC는 이미 2나노미터(㎚·10억분의1m) 공정 양산을 본격화했고 애플과 미디어텍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삼성 파운드리도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과 평택 신공장에 2나노 공정을 적용해 퀄컴·엔비디아 등 글로벌 고객사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테슬와는 8월 23조원 규모의 2나노급 AI칩 ‘AI6’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인텔과 관련한 고객사의 평가는 냉혹하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는 6일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아직까지 인텔은 (파운드리 공급망)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인텔이 효율적인 칩을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제조 기술을 개선한다면 향후 고객이 될 가능성은 있다"며 기존 TSMC와 삼성전자 중심의 공급망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엔비디아가 인텔의 파운드리를 사용할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우선적으로 (인텔의) 성공적인 18A 공정전환이 필요하다"며 "연말까지 공정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추가적인 모멘텀을 기대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광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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