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인기에 취할 때 아냐… 글로벌 진출 해법은 엔터테크”

2025-09-19     변인호 기자

“멕시코 ‘망자의 날’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디즈니 영화 ‘코코’가 전 세계에서 흥행하면서 디즈니가 큰 이득을 얻었습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경우는 미국의 소니픽처스와 넷플릭스가 이득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K팝의 세계적인 위상에 취할 때가 아닙니다.”(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

“세계적으로 많은 아티스트뿐 아니라 각종 브랜드도 충성고객을 팬덤화시켜 그 팬덤을 통해 수익을 안정화하고 성장을 도모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팬덤을 어떻게 대하고 소통해야 할지 고민하는 곳이 늘고 있습니다.”(김준기 비마이프렌즈 최고기술책임자)

왼쪽부터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 김준기 비마이프렌즈 최고기술책임자, 이승우 스튜디오리얼라이브 대표, 김정환 고려대 교수가 19일 엔터테크 서울 2025에서 토론하고 있다. / 변인호 기자

서울시는 1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테크 융합 축제 ‘엔터테크 서울 2025 – VR콘서트부터 버추얼 아이돌까지, 눈앞에서 펼쳐지는 미래’를 개최했다. 이날 콘퍼런스에 참여한 연사들은 K팝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기술과 결합해 다음 단계를 도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K팝의 다음 단계 이야기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은 K팝이 위기라는 말이 20년째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는 중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례 없는 흥행을 기록했다.

제목에 ‘K팝’이 붙었을 뿐 미국 소니픽처스와 넷플릭스가 제작한 이 애니메이션 영화가 전 세계에 한국과 한국음악을 알리는 중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OST ‘골든(Golden)’은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와 앨범차트 1위를 동시에 석권했다. 문제는 이 과실을 우리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 스튜디오리얼라이브의 이승우 대표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수혜는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하이브 같은 K팝 회사가 아니라 소니픽처스와 넷플릭스가 봤다”며 “우리 엔터테크가 글로벌 시장에 나가 글로벌 기업들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스튜디오리얼라이브는 에스파, 카이 등의 아티스트 가상현실(VR) 콘서트 등의 콘텐츠를 제작한 곳이다.

김준기 비마이프렌즈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다양한 K팝 아티스트가 글로벌에서 성공하며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팬덤 데이터 확보와 분석, 예기치 못한 트래픽 대응,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보안 인프라 등 기술 분야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준기 CTO는 하이브의 첫 번째 개발자로 입사해 하이브 팬덤 플랫폼 ‘위버스’의 뼈대를 기획하고 구성한 이다.

김준기 CTO는 “삼성전자, 카카오 같은 기업을 거치며 데이터 관련 분야에서 여러 고민을 하며 서비스를 만들어 왔는데 막상 팬덤이라는 특수 분야 서비스를 시작하다 보니 아카데미 레벨의 논문도 별로 없고 현상을 관찰하는 수준에 그치는 리포트가 많았다”며 “K팝이라는 산업 외에도 스포츠, 배우, 콘텐츠, 브랜드 자체까지 팬덤이라는 시장에 더 다가서고 사업화할 수 있는 여건을 글로벌하게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서울 소재 콘텐츠 기업들의 이런 애환 토로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김태균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기술 없이 글로벌 진출이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확장이 어려운 시대가 됐다”며 “전통적인 엔터테인먼트 중심이 헐리우드였다면 오늘날 엔터테크의 미래는 바로 이곳 서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콘텐츠 산업 규모가 서울 글로벌 7위에서 나아가 세계 1위 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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