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롯데카드 '미적지근 보상'에 분통 터진 고객들

2025-09-23     홍주연 기자

KT 무단 소액결제와 롯데카드 해킹 사태가 확산되면서 피해 보상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고객들은 복제폰 제작과 카드 부정사용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두 회사의 보상안이 충분하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롯데카드 해킹사고로 최대 297만 명의 개인정보 및 결제 정보가 유출된 가운데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롯데카드 본사를 찾은 이용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 뉴스1

KT "추가 보상안은 검토 중"

22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소액결제 사태 대응 과정에서 잇따른 입장 번복으로 고객 신뢰를 잃은 KT에 위약금 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KT가 최소한의 신뢰마저 저버렸다”며 “위약금 면제는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KT는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 요구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KT는 9월 11일과 18일 두 차례 브리핑에서 위약금 면제와 관련된 질문에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했다. KT는 이용약관 제39조 5항에서 ‘회사 귀책 사유인 경우’ 위약금 납부 의무를 면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4월 유심 해킹 사태를 겪은 SK텔레콤이 같은 약관 조항을 근거로 고객 위약금을 면제한 사례를 들며, KT 역시 위약금을 면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이번 사태가 SK텔레콤 사건보다 심각하다는 점에서 SK텔레콤이 내놓은 보상안보다 더 나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SK텔레콤은 앞서 1개월 통신요금 50% 할인과 5개월간 매월 데이터 50GB 제공을 포함한 보상안을 내놓았다. 여기에 스타벅스, 파리바게뜨 등 제휴 할인 혜택을 더해 총 5000억원 규모의 보상 패키지를 제시했다.

KT 관계자는 “금전 피해는 100% 보상하겠다고 이미 발표했다”며 “추가 보상안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카드 집단소송 조짐...보상안에 고객 "실망"

롯데카드의 경우도 보상안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피해자들로부터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는 297만 명의 고객 정보 유출과 관련해 10개월 무이자 할부, 내년 연회비 면제, 금융피해 보상 서비스(크레딧케어)와 카드사용 알림 서비스 무료 제공 등을 포함한 보상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연회비 면제 대상은 카드번호·비밀번호·CVC 등 주요 정보가 유출된 28만 명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피해자의 약 9.4% 수준이다. 크레딧케어와 알림 서비스의 가치는 각각 월 990원과 300원에 불과하다. 법인카드나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약 3만 명의 피해자는 무이자 할부와 연회비 면제 혜택조차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고객 불안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롯데카드가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알린 다음 날인 18일에만 약 24만 건의 카드 재발급 신청이 접수됐다. 평소와 비교해 폭증한 수치다.

집단소송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네이버 카페 ‘롯데카드 개인정보유출 집단소송카페’는 해킹 소식 다음 날 개설됐다. 현재 회원 수는 6400명을 넘겼으며, 운영진은 충분한 인원이 모이면 전문 로펌과 연계해 공식 소송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롯데카드 측은 “현재까지 부정사용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부정사용이 발생하면 2차 피해까지 포함해 전액 보상하겠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KT 이용약관상 위약금 면제 적용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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