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색내기”… ‘SKT 데이터 50기가 제공’ 불만족인 고객들

요금제 낮춘 뒤 무료 데이터 이용해도 멤버십 하향 걱정

2025-09-24     김광연 기자

SK텔레콤(대표 유영상)이 유심 해킹 사태에 따른 고객 감사 차원에서 제공하는 ‘데이터 50GB 추가 혜택’이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무제한 요금제 이용자에게는 의미가 없고, 저가 요금제 고객도 사용량을 다 채우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금제를 낮춰 활용하려 해도 T멤버십 등급 하락 위험이 있어 오히려 고객 불편을 키운다는 비판이다.

9월 2일 서울 시내 SK텔레콤 대리점의 모습. / 뉴스1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올해 8월부터 12월까지 고객을 대상으로 50GB 데이터를 추가로 제공한다. 5개월간 총 250GB로 4월 해킹 사고 이후 내놓은 고객 감사 패키지의 하나다. 올해 7월 15일 0시 기준 SK텔레콤 고객이 대상이며 일시정지 또는 듀얼심 동일 명의 불일치에 의해 이용이 정지된 고객도 포함된다.

추가 제공되는 데이터는 휴대폰뿐 아니라 태블릿·스마트워치 등 고객 명의의 다른 회선으로 공유하거나 테더링으로도 사용하실 수 있다. 단 데이터 선물, 리필, T 가족모아데이터로는 이용할 수 없다.

보통 데이터 50GB는 월 6만원대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를 사용해야 받을 수 있는 양이다. 현재 SK텔레콤 월 3~4만원대 5G 요금제를 이용할 경우 제공되는 데이터는 보통 5GB가 안 된다. 월 5만원대 5G 요금제를 사용해도 월 데이터는 24GB 정도다. 월 3~5만원대 5G·4세대 이동통신(LTE) 요금제를 사용하는 고객들은 무료 데이터 50GB를 일부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기존에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거나 월 6만원대 이상 요금제를 쓰는 고객이다. 월 110GB의 데이터가 제공되는 SK텔레콤 '5GX 레귤러'(월 6만9000원)를 쓰는 고객 A씨는 "무제한 요금제를 쓰지 않더라도 보통 요금제를 선택할 때 본인이 한 달에 쓰는 데이터 패턴을 고려해 결정한다"며 "SK텔레콤이 추가 데이터가 주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고객 B씨는 "저가 요금제를 쓰는 사람들은 애초 데이터 사용량이 적다. 데이터를 많이 준다고 이를 다 쓸지도 못할 것이다"라며 "연말까지 요금을 반값으로 받겠다는 것도 아니고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SK텔레콤 고객 감사 패키지 중 데이터 50GB 제공 안내 이미지. / T월드 홈페이지 갈무리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SK텔레콤에서 제공하는 무료 데이터 50GB를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기존에 쓰던 요금제를 낮추려는 고객도 있다. 올해 12월까지 매월 데이터 50GB가 생기는 만큼 기본 데이터가 적은 저가 요금제를 한시적으로 사용해 월 이동통신 요금을 낮추려는 의도다. 

하지만 요금제 하향 시 추후 T멤버십 등급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어 유의해야 한다. 현재 T멤버십 최고 등급인 VIP는 최소 가입 기간 2년에 연간 납부 금액 90만원 이상을 채워야 발급된다. 30년 이상 장기 고객이나 VIP 대상 요금제 가입 고객은 해당 조건과 상관없이 VIP 등급이 가능하나 이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연간 납부 금액을 따져봐야 한다.

연간 납부 금액 90만원 이상을 채우려면 매달 최소 7만5000원 요금제를 써야 하는데 저가 요금제로 12월까지 갈아탈 경우 VIP 등급 연간 납부 금액에 미달될 여지가 있다.

고객 C씨는 "고객센터에 요금제 하향 얘기를 꺼내니 T멤버십 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만류하더라"며 "고객이 월 요금을 아낄 수 있는 요금제 하향을 회사 차원에서 먼저 권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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