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 금융노조, 주 4.5일제 앞세워 거리로… 역풍 부담

24일 기자회견 후 26일 총파업 예고 내부통제 부실·고액연봉에 명분 논란

2025-09-23     한재희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주4.5일제 도입과 임금 인상,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며 26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지난 2022년 9월 총파업 이후 3년 만이다. 금융권 파업을 두고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내부통제 부실 책임과 금융보안 우려,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이 넘는 상황에서 파업 명분이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어서다. 

지난 2022년 9월 16일 전국금융산업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세종대로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24일 오후 총파업 기자회견을 연 후 26일부터 본격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최근까지 사측과 교섭을 진행해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지난 1일 조합원 대상 쟁의행위 찬반 투표(찬성률 94.98%)를 거쳐 총파업을 확정했다. 

노조는 4.5일제 외에도 ▲임금 5% 인상 ▲신규 채용 확대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4.5일제 근무제 도입에 반대하고, 금융노조가 제시한 임금 인상안의 절반 수준인 2.4% 인상률을 제시했다. 

이에 금융노조는 지난 4일 성명서를 통해 4.5일제는 내수와 지역경제를 되살리고 저출생과 인구위기를 풀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도적 기반이 갖춰진 금융산업부터 4.5일제를 시행해야 그 성과를 전국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 16일 ‘총파업 총력 투쟁 결의대회’서 “4.5일제는 ‘놀자판’을 만들려는 게 아니”라며 “무기력증과 우울증,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하는 우리 동료를 위한 외침이며 반드시 4.5일제를 쟁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노조의 파업을 두고 시선은 곱지 않다. 올해 들어서도 끊이지 않은 금융사고와 보안사고로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귀족 노동자’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올해 들어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의 금융사고(10억원 이상)는 16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건수인 15건을 넘어선 것으로 합산 피해액은 1000억원에 달한다. 해외 법인에서도 금융사고가 잇따르면서 전반적인 내부통제 부실이 드러난 상태다.

최근에는 금융사 회사 보안 관련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SGI서울보증보험과 웰컴저축은행에 이어 롯데카드까지 해킹 사고가 발생해 보안 취약성을 드러냈다.

임금 인상에 대한 공감도 낮다. 주요 5대 은행의 직원뿐 아니라 특수은행과 지방은행을 모두 포함한 평균 금액이 1인당 1억원을 넘어선 수준이다. 높은 대출 금리를 기반으로 호실적을 기록하며 ‘이자장사’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정부가 주4.5일제 등 근로시간 단축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마저 총파업을 두고는 회의적인 모습이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성명에서 “금융산업 노사가 파업이라는 극단적 대결보다는 상호 양보와 타협을 통해 주 4.5일제 도입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며 “정부도 이를 국정과제로 추진 중이지만 사회적 공감대가 선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금융노조의 총파업에도 실제 파업 참여도는 저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2022년 파업 당시 금융감독원의 현장점검 집계 결과 은행권 전체 직원의 9.4%만 파업에 참여했다. 5대 시중은행의 파업 참여율은 0.8% 수준이었다. 

이때에도 파업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상황에서 임금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금융노조의 파업에 힘이 실리지 않았다. 은행들의 파업 참여도가 높지 않아 영업점 업무도 무리 없이 진행됐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금융권을 향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파업은 업권 전체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라면서 “금융권의 근본적인 변화를 짚고 근로 시간 변화, 고용 방식의 변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노사의 협의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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