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밋 10년’ 퀄컴, 사업 중심에 오토모티브 내건 이유 [퀄컴 서밋 2025]
퀄컴의 연례 최대 기술 행사인 ‘스냅드래곤 서밋’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23일(현지시각) 열리는 이번 행사는 차세대 모바일 AP인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퀄컴이 모바일 AP 외에도 공들인 분야가 있다. 매출 다변화의 핵심 축이 될 오토모티브 부문이다. 그동안 모바일 플랫폼에서 보여준 압도적 경쟁력을 오토모티브 분야에서도 입증하겠다는 각오다.
퀄컴의 전체 매출 중 75%쯤은 스마트폰 등 핸드셋 부문에서 나온다. 퀄컴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고객사의 몸부림이 지속되는 한, 매출 쏠림은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받는다.
실제 퀄컴은 현재의 모바일 파이를 나눠먹는 것은 물론 더 저렴하게 팔아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안드로이드 모바일 AP 시장이 더이상 퀄컴만의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부활로 차세대 갤럭시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빈자리를 파고든다. 엑시노스는 올 하반기 출시된 갤럭시 Z플립7에 시리즈 최초로 적용됐다. 2026년 초 나올 갤럭시 S26에도 탑재가 유력하다. 앞서 갤럭시 S25 시리즈는 퀄컴 스냅드래곤 8 엘리트가 단독 탑재됐다.
대만 미디어텍은 22일 TSMC의 3나노 공정으로 생산한 ‘디멘시티 9500’을 공개했다. 비보의 스마트폰 ‘VIVO X300’ 시리즈에 탑재를 확정하며 플래그십 시장에서 퀄컴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 화웨이도 연내 출시할 '메이트 80'에 자체 AP '기린 9030'을 탑재시켜 자급자족 의지를 이어갈 전망이다. 중국 유니삭(UNISOC)도 중저가 AP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애플은 일찌감치 A시리즈 칩을 자체 설계해 아이폰 AP 내재화에 성공했다. 퀄컴 의존도가 컸던 모뎀에서도 기조는 같다. 아이폰16e 모뎀을 자체 개발한 'C1'으로 대체한 데 이어 9월 공개한 아이폰 에어에도 C1X 모뎀을 넣었다.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티지스의 CEO 벤 바자리안은 "애플이 향후 몇년 내 퀄컴 부품을 완전히 퇴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퀄컴은 이같은 위기를 매출 다변화로 극복한다. 2029년까지 비(非) 핸드셋 비중을 전체의 절반(220억달러)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오토모티브는 이 중 80억달러(11조1500억원)로 뒷받침한다.
'스냅드래곤 디지털 섀시'는 퀄컴 매출 다변화 전략의 한축이자 신성장 동력이다. 고객사에 ▲스냅드래곤 카투클라우드(Car-to-Cloud) ▲스냅드래곤 콕핏(Cockpit) ▲스냅드래곤 오토 커넥티비티 ▲스냅드래곤 라이드 등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완성차가 이미 퀄컴의 손을 잡았다.
특히 스냅드래곤 라이드 플랫폼은 글로벌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시장을 공략할 정교한 무기다. 퀄컴은 8일 3년간 협업을 통해 공동 개발한 새로운 자율주행 시스템 ‘스냅드래곤 라이드 파일럿’을 공개했다. BMW의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인 ‘노이에 클라세(Neue Klasse)’에 이 기술이 탑재됐다.
스냅드래곤 라이드 파일럿은 레벨2(L2)+ 고속도로·도심 자율주행 기능을 구현한다. 60개국 규제를 충족했고 2026년까지 100개국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상황별 차선 변경 및 추월, 고속도로 핸즈프리 주행, AI 기반 주차 보조 등 다양한 첨단 기능을 제공한다. 향후 레벨4(L4)까지 단계적으로 확장 가능한 자율주행 기능을 구축할 계획이다.
라자트 사가르(Rajat Sagar) 퀄컴 제품 관리 부사장은 18일 서울 용산구 퀄컴코리아 본사에서 열린 미디어 브리핑에서 “BMW와 프로젝트는 스냅드래곤 라이드 플랫폼이 OEM별 요구사항을 맞춤형으로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보여줬다”며 “저사양부터 고사양 차량까지 일관된 개발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스냅드래곤 라이드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마우이(미국)=이광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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