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전문가 대신 검사·정부 출신 등용… 통신사 아닌 로비창구”
“ 전관의 힘 빌리겠다는 것 아니냐” 질타
해킹 사태를 일으킨 KT의 이면에 검찰·과학기술정보통신부·대형로펌 출신 ‘전관예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대로 된 인력을 채용하지 않고 상황을 모면하려는 ‘인맥 채용’이 반복되면서 이번 소액결제 해킹 사태와 같은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는 비판이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KT·롯데카드 해킹 청문회에서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에게 “과기정통부 출신인 김광동 CR실장 전무, 박철호 통신정책그룹장 상무, 윤상웅 AX그룹장 상무가 KT로 이직했다”며 “정부와 KT가 ‘짬짜미’ 한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질타했다.
류 차관이 “공무원 출신이 KT에 가 있는 것은 알고 있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이해충돌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류 차관은 “이런 부분도 취업 심사를 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취업 심사를 거쳤다고 해서 다 적절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류 차관은 “이해충돌 문제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KT 내부에 검사 출신 인사가 다수 포진한 점도 비판했다. 그는 김후곤 컴플라이언스 위원장(전 서울고검장), 임현규 경영지원부문 부사장(전 이명박 캠프 홍보단장), 이용복 법무실장 부사장(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추의정 감사실장 전무(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 양진호 송무컨설팅그룹장 전무(전 서울중앙지검 검사·김앤장 변호사), 서정현 법무컨설팅그룹장 전무(전 부산지법 부장판사·김앤장 변호사), 허태원 준법지원실장 상무(전 서울중앙지검 검사), 김용현 사외이사(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최양희 사외이사(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문종수 사외이사(전 환경부 차관)를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계열사까지 확대하면 박순애 BC카드 사외이사(전 교육부 장관), 오인서 케이뱅크 사외이사(전 수원고검 검사장), 최영범 KT스카이라이프 대표(전 대통령실 홍보수석), 김대희 스카이라이프 사외이사(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 차인혁 KT알파 사외이사(전 디지털플랫폼위원회 위원), 박두순 KT IS 사외이사(전 수원지검 부장검사), 윤정식 KT텔레캅 사외이사(전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까지 포함된다.
김 의원은 “BC카드, 케이뱅크, KT스카이라이프 등에도 낙하산 인사가 많다”며 “검사 출신이 도대체 몇 명이냐. 국민 혈세가 투입된 KT에 이렇게 많은 검사가 가서 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정보보안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 이것이야말로 회전문 인사 아니냐”고 꼬집었다.
김영섭 대표는 “KT에서 대응해야 할 컴플라이언스 이슈가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내부에 검사 출신이 그렇게 많은데 왜 대형 로펌에 사건을 맡겼느냐”며 “KT는 통신사 기능보다 정부 로비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개선할 의지가 있느냐. 전문가를 앉히는 게 맞지 않느냐”고 압박했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최근 5년간 과기정통부에서 법무법인 세종으로 이직한 인사들이 있는데, 연봉이 평균 900만원에서 3400만원으로 올랐다. 연봉이 4억1000만원이다. 전직 2차관과 기획조정실장이 포함돼 있는데 KT 사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라고 지적했다.
류 차관은 “세종으로 이직한 전직 과기정통부 출신이 있는 것은 알고 있다”고 답했다.
황 의원은 김영섭 대표에게 “왜 KT는 세종에 법률 자문을 맡겼느냐. 전관의 힘을 빌리려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김 대표는 “가장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법무법인을 여러 차례 검토한 끝에 최종적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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