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과 헬릭스 결합… 웹툰·웹소설 새 유입구 열까

2025-09-26     변인호 기자

카카오톡이 15년 만에 대규모 개편에 나서며 AI를 전면에 배치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AI 브랜드 ‘헬릭스’가 웹툰 초반을 1분 이내 숏폼 영상으로 바꿔주는 ‘헬릭스 숏츠’ 형태로 카카오톡 세 번째 탭 ‘지금탭’에 들어간다. 카카오는 AI ‘헬릭스’를 전면 배치해 숏폼 영상을 무기로 정체된 스토리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이다.

/ 챗GPT 생성 이미지

26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대표 권기수·장윤중)는 웹툰 내용을 기반으로 AI가 숏폼 영상을 제작하는 ‘헬릭스 숏츠’ AI 에이전트를 창작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헬릭스를 카카오톡에 연동해 카카오페이지·카카오웹툰 앱에만 의존하던 독자 유입 구조를 벗어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는 이미 카카오페이지·카카오웹툰에서 헬릭스 숏츠 형태의 서비스가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3년 도입한 ‘웹툰 첫 화 미리보기’는 헬릭스 숏츠의 전신에 해당한다.

김미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AI전략기획팀장은 9월 23일 경기도 용인시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열린 ‘이프 카카오 25’ 행사에서 “웹툰 첫 화를 미리 볼 수 있게 하자 도입 전 대비 열람 건수가 31%, 열람 이용자 수가 18% 증가했다”고 밝혔다.

헬릭스 숏츠는 영상에 담는 분량을 ‘한 화 미리보기’보다 늘렸다. 웹툰 15~20화 분량을 1분 이내로 구성한 결과, 더 많은 회차를 꾸준히 열람하는 비율이 증가했다. 웹툰 초반부 미리보기만으로도 이용자 유입량과 작품 연독률이 상승한 것이다. 또 헬릭스 숏츠를 통해 유입된 이용자들은 무료로 연재되던 웹툰이 완결 이후 유료로 전환되더라도 결제해 계속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요한 점은 헬릭스 AI가 단기 성과에 그치지 않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장기 성장 동력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사업은 웹툰·웹소설 등 스토리 부문, 음악 부문, 영상 등 미디어 부문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이 가운데 스토리 부문이 위기다. 카카오 전체 실적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연결되는 콘텐츠 매출 비중은 50% 안팎이다. 그중 스토리 부문 비중은 22% 정도다. 문제는 스토리 부문 매출이 감소세라는 점이다. 카카오의 스토리 매출은 지난해 8640억 원으로 전년 대비 6% 줄었다.

특별한 악재가 없었음에도 스토리 매출이 줄어든 이유는 국내 웹툰·웹소설 시장이 정체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네이버웹툰도 지난해 월평균 매출,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월간 결제 이용자 수(MPU)가 전년 대비 모두 감소했다. 각각 매출은 0.5%, MAU는 2.1%, MPU는 0.9%포인트 줄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작품 수 감소도 시장 정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웹툰은 지난해 등록 작품 수가 전년 대비 각각 16.1%, 22% 줄었다. 신작 수도 전년 대비 카카오페이지가 24%, 카카오웹툰이 22.9% 감소했다.

이처럼 전체 웹툰·웹소설 시장이 역성장하는 가운데 헬릭스 AI는 카카오톡을 통해 웹툰·웹소설 독자를 카카오페이지·카카오웹툰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긍정적인 점은 웹툰·웹소설 작가와 제작사(CP)가 고객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더 늘어난다는 점이다.

카카오가 지금탭 숏폼에 일반 이용자의 콘텐츠 업로드를 허용한다면 전체 웹툰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네이버웹툰이 최근 출시한 숏폼 서비스 ‘컷츠’를 카카오톡에서도 볼 수 있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헬릭스 숏츠의 성과는 이미 검증됐다.

웹툰 업계도 카카오톡 지금탭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잠재 고객을 만날 수 있는 경로가 늘어난다면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톡 안에서도 경쟁 플랫폼의 연재작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한 웹툰 업계 관계자는 “금액 부담이 없다는 전제 아래 마케팅 기회가 하나라도 더 생기면 나쁠 게 없다”며 “카카오톡 지금탭 숏폼에는 웹툰·웹소설뿐 아니라 숏폼 드라마 업계도 관심을 가질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숏폼을 단순 업로드 방식으로만 운영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곧 카카오 숏폼 관련 광고 상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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