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또 1400원 돌파… 시중은행, 연말 자본비율 관리 경고등

2025-09-27     한재희 기자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넉달 만에 1410원을 돌파하면서 은행들의 자본 관리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고환율(원화약세) 기조가 이어지면 건전성 유지를 위해 기업대출을 줄여야 하는데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전환’ 요청에 따라 기업대출 비중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어서다. 

미국 경제지표 호조로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원·달러 환율이 넉 달 만에 장중 1410원대를 돌파한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나오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10원을 돌파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뉴스1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환율은 전날 1412.4원에 마감, 직전일 대비 11.8원 올랐다. 지난 5월 15일 1412.1원을 기록한 이후 4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환율 상승이 단기적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는 달러 강세 현상이 연말로 갈수록 안정화될 것이란 분석에서다. 9월 FOMC 회의 이후 파월 의장의 신중론에 미국의 경기 호조가 더해지며 달러 강세가 보이고 있지만 미국의 대미 투자 증액 요구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한·미 통화스와프 논의 등 외환 당국의 개입이 있다면 안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환율 기조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은행들은 골치가 아파진다. 장부상으로는 달러 자산 평가액이 늘어나 일시적으로 자본이 불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외화 조달 비용 상승과 기업·가계의 달러 부채 부담 확대가 겹쳐 자본비율이 악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특히 보통주자본비율(CET1) 비율이 떨어지게 된다. CET1 비율은 위험가중자산(위험도에 따라 가중치가 부여된 자산) 대비 보통주자본의 비율로 계산하는데, 환율이 급등하면 이 비율이 악화할 수 있다. 

환율이 상승하면 기업과 가계의 외화부채 상환 부담을 키워 대출 부실 가능성을 높이고 이는 위험가중자산 증가로 이어진다. 자본 규모가 그대로라도 리스크가 커지면 자본비율은 낮아지게 되는 구조다. CET1 비율이 높을수록 은행이 위기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버틸 수 있다는 뜻이며, 반대로 낮으면 대출 축소, 배당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원화 환율이 치솟으면서 국내 금융지주·은행의 BIS 기준 자본비율은 직전 분기(13.34%) 보다 0.26%포인트 하락한 13.07%를 기록했다. 총자본비율도 같은 기간 0.26%포인트 떨어진 15.58%를 기록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과 12.3 비상계엄 사태가 겹치며 원화 환율은 12월 말 1472.5원까지 뛰었다.

문제는 은행들이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전환’ 기조에 맞춰 기업대출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에 지난 6월 3조6000억원 줄었던 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7월 3조4000억원, 8월에는 8조4000억원 증가했다.

대기업대출은 부채상환 및영업자금 수요 확대로 3조8000억원 늘었고 중소기업대출도 시설자금 중심으로 4조5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번체기업 투자 및 중기 대출 확대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기업대출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의 CET1비율은 각각 15.35%, 15.58%,  16.49%, 14.21%를 기록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장 자본 비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환율 급등은 기업·가계의 상환능력을 떨어뜨려 결국 자본관리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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