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두나무 빅딜…이해진 式 성장 전략 다시 작동

2025-09-29     변인호 기자

네이버가 네이버파이낸셜을 앞세워 두나무 인수에 나섰다. 업계는 이번 빅딜을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창업주 이해진 의장의 특유의 ‘합병식 성장 전략’이 다시 작동한 결과로 본다.

/ 챗GPT 생성 이미지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두나무를 계열사로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두 회사의 결합은 네이버의 금융·플랫폼 역량과 두나무의 가상자산 역량을 아우르는 초대형 합병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이해진 式 합병 전략 부활

업계는 이번 추진 방식을 두고 이해진 네이버 의장의 사업 확장 방식이 그대로 재현됐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해진 의장은 신사업을 독자적으로 키우기보다 기존 플랫폼과 결합해 덩치를 키우는 전략을 즐겨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0년 네이버 전신인 네이버컴과 한게임커뮤니케이션 합병이다. 검색과 게임이라는 이질적인 영역을 합쳐 국내 최초 포털사이트였던 다음(Daum)을 뛰어넘는 계기를 마련했다.

업계는 이번에도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를 묶어 새로운 시장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로 본다.업계 한 관계자는 “가상자산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금융 플랫폼과 결합해 지배력을 확보하려는 점에서 이해진 의장이 과거에 보여준 합병식 성장 전략과 매우 닮아 있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변화와 스테이블 코인 경쟁 가속

두 회사의 빅딜이 성사될 경우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네이버파이낸셜의 최대주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네이버파이낸셜 기업가치는 5조원대, 두나무는 15조원대로 평가된다. 포괄적 지분 교환이 성사되면 두나무 주주는 보유 주식 1주당 네이버파이낸셜 주식 3주를 받는다. 이 구조에서는 두나무가 네이버의 손자회사가 되지만, 네이버파이낸셜의 최대주주는 송치형 회장이 될 수밖에 없다.

네이버의 두나무 편입 추진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인수설이 보도된 9월 25일 네이버 주가는 전일 대비 11.4% 오른 25만4000원을 기록했고, 29일까지도 27만3000원선을 유지했다.

업계는 이번 빅딜을 통해 네이버가 스테이블 코인 등 가상자산 기반 결제사업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것으로 본다. 스테이블 코인은 법정화폐나 국채 등 실물 자산과 가치가 연동된 가상자산이다. 한국은 아직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지만, 네이버는 계열사 구조를 활용해 제도 도입 전부터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나무 입장에서는 네이버 계열사 편입을 통해 사업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올해 2월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 중 처음으로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문책 경고’ 중징계를 받았다. 업비트가 신고되지 않은 가상자산 사업자와 거래하고 고객확인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업계는 이 중징계로 인해 두나무가 신사업 추진에 필요한 인허가 획득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쟁사 카카오, 토스 등도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준비 중이어서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비바리퍼블리카는 토스뱅크·토스페이먼츠·토스증권이 참여하는 TF를 각각 꾸려 운영 중이다. 스테이블 코인이 법정화폐 기반의 국가 간 결제를 지원하게 되면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페이 같은 간편결제 서비스가 직접적인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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