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영 카뱅 대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금융 주도권 확보”
29일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핀테크 위크 참석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스테이블코인이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며 원화 기반 발행 필요성과 사업 의지를 드러냈다. 국내 금융시장을 지키는 동시에 해외 송금과 결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29일 윤호영 대표는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서울 핀테크 위크 2025’에 참석해 “스테이블 코인은 그 자체만으로 가치가 있고 국내 시장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사용처가 해외 송금 또는 해외 페이먼트의 도구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현재 글로벌 결제시장이 비자(VISA)와 마스터(Mastercard) 카드가 독점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국내도 전업 카드사들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신용카드 시장 자체가 형성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만약 과거 우리나라에 카드사가 없었다면 국내 결제 시장은 비자와 마스터가 고스란히 가져갔을 것”이라며 “해외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편승한다면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의 잠재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윤 대표는 “현재도 미국 유학 자녀에게 송금하려면 부모가 코인 지갑을 개설해주고 자녀가 현지에서 이를 현금처럼 쓰고 있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면 이런 과정이 훨씬 간단해지고 복잡한 환전 절차도 필요 없다”고 했다.
이어 “해외 결제 서비스도 신용카드 대신 원화 스테이블코인 지갑만 연동하면 더 편리해질 것”이라며 “이 네트워크를 넓히면 과거 우리가 IT 산업을 지켜낸 것처럼 금융에서도 새로운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경쟁이 이미 치열하다. 달러 기반의 테더(USDT), USD코인(USDC) 등은 해외 송금과 가상자산 결제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거래소는 이들 스테이블코인을 사실상 표준처럼 활용하고 있고, 아시아 신흥국에서도 국경 간 송금 수단으로 쓰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윤 대표는 “편리하다고 해서 해외 스테이블코인만 쓰게 되면, 국내 결제망과 금융 산업은 또다시 외부 네트워크에 종속된다”며 “이는 과거 카드 산업에서 겪을 뻔한 상황이 반복되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현재 카카오뱅크는 카카오, 카카오페이와 함께 스테이블코인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발행·유통·결제·수탁까지 포괄하는 사업 모델을 검토 중이다. 단순 발행에 그치지 않고 ▲카카오톡 ▲카카오페이 결제망 ▲카카오뱅크 계좌 기반 금융 인프라를 연결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아울러 윤 대표는 AI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AI 경쟁력은 모델과 데이터 두 축에서 갈린다”며 “모델은 이미 미국과 중국이 압도하고 있지만 데이터는 우리가 지켜야 할 영역”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AI 기업들이 웹 데이터를 중심으로 학습하는 반면, 국내 금융·플랫폼 서비스에서 축적된 앱 데이터는 외부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자산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카카오뱅크는 다양한 AI 서비스를 구현하고 있다. 중저신용자 대출 심사에는 기존 금융 데이터뿐 아니라 통신·공공 데이터를 결합해 연체율을 낮췄다. 스미싱 탐지 서비스, 대화형 상담 챗봇,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계산기 등도 모두 AI 기반 서비스다.
윤 대표는 “AI 시대를 준비하는 핵심은 데이터 주권 확보”라며 “국내 금융 데이터와 공공 데이터를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면 글로벌 AI 모델에 뒤처지지 않고 독자적인 성장 경로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AI와 스테이블코인은 앞으로 금융산업의 두 축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덧붙였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