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활황인데… 신규 상장株 투자한 개미들 허탈
새내기주 64곳 중 46곳 시초가 대비 평균 10% 하락 개인 상장 이후 3.1조원 순매수… 기관은 2.2조 팔아치워
공모 이후 신규 상장 주식에 올라탔던 개인투자자들이 부진한 성적에 후회할 법하다. 신규 상장사 3개 중 1개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고 시초가 대비로는 평균 하락률이 10%가 넘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역대 최고점을 찍는 등 증시가 호황을 보이는 점과 상반된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주말 기준 올해 신규 상장사 64곳(코넥스 제외) 중 20곳이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코스피 상장사 씨케이솔루션(–36.6%)부터 청약경쟁률 1000대 1 이상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한 아우토크립트(-37.7%), 대신첨단소재(-32.7%) 등도 예외가 없다.
시초가 대비로는 더 심각하다. 신규 상장사 64곳 중 46곳의 주가가 내려갔고 이들 전체 주가 수익률은 평균 -10.3%로 부진했다. 연초 이후 코스피가 41.1%(26일 기준), 코스닥이 23.2% 상승하며 호조를 보이는 것과 상반된 흐름이다. IPO 대어로 평가받은 코스피 신규 상장사 6곳도 상장 직후 주가가 평균 7.1% 오르는 데 그치며 시장 평균치를 크게 밑돌았다.
손실은 개인투자자 몫이었다. 개인은 신규 상장사 64곳의 개별 상장일 이후 이달 26일까지 총 3조1072억원을 순매수했다. 순매수 종목도 서울보증보험 1곳을 뺀 63곳이었다. 기관은 신규 상장사를 모두 합쳐 2조2082억원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1900억원 순매수했으나 LG씨엔에스(1958억원)을 제외하면 매도 우위였다. LG씨엔에스는 시초가 대비 6.6% 오른 상태다.
개인은 하반기 IPO 대어인 대한조선을 상장 직후 1888억원 사들였으나 26일 기준 대한조선 주가는 시초가 대비 11.7% 하락한 상태다. 7~8월 상장한 뉴로핏(순매수액 845억원), 아우토크립트(694억원), 싸이닉솔루션(566억원), 뉴엔AI(533억원), 도우인시스(401억원) 등에 대해서도 수백억원 순매수했으나 주가는 시초가보다 두 자릿수 빠졌다.
반면 개인들이 유일하게 순매도했던 서울보증보험은 26일 기준 5만2000원으로 시초가 대비 85.4% 상승했다. 외국인이 서울보증보험을 213억원, 기관이 5억원 순매수했다.
신규 상장사의 주가 부진은 공모가 고평가와 낮은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64곳 중 54곳의 공모가가 희망공모가 최상단으로 결정됐으나 기관이 일정 기간 물량을 매도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평균 8.3%에 불과했다. 기관에 배정된 물량 중 90% 이상이 상장 후 바로 출회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시초가 대비 주가가 하락한 46곳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평균 6.5%로 더 낮았다.
의무보유 확약 비율이 낮았던 것은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고 들어오는 기관들이 많았고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없어서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관들이 단기적인 차익 실현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 의무보유 확약 비율이 낮았다”며 “의무보유 확약을 하게 되면 (주식 물량) 배정을 덜 받게 되는데 배정을 덜 받더라도 단기적인 수익을 추구하겠다는 목적으로 IPO 청약에 참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의무보유확약 비율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 1월 정부의 ‘IPO 및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에 따라 7월 이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을 대상으로 기관 수요예측에서 의무보유 확약 비율을 30% 이상 충족해야 하는 ‘의무보유 확약 우선배정제도’를 시행 중이다.
첫 번째 적용 대상인 에스투더블유는 19일 상장한 뒤 26일 현재 시초가 대비 22.3% 높은 주가를 기록했다. 1일 상장을 앞둔 명인제약이 두 번째 적용 대상이다. 예상 시가총액이 8468억원인 명인제약의 상장 후 주가 행보에 따라 4분기 IPO 투자 흥행이 판가름 날 전망이다.
나승두 SK증권 미래산업전략팀장은 “의무보유확약 비중을 높이는 규제가 시행된 것은 상장 직후 주가 안전성을 위한 방안이고 보호예수 물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단기간 주가 변동성을 낮추는데 긍정적일 것”이라면서도 “반대로 그만큼 유동성이 묶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앞으로는 수요예측에서부터 신중한 행보가 있을 것을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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