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연체액, 카드 사태 이후 최고… 신한카드 최다
6개월 이상 연체액 3847억 연체율 1.76% 11년래 최고
올 상반기 국내 카드사 장기연체(6개월) 규모가 사상 최대치에 근접했다. 대규모 신용불량 사태를 낳았던 2004년 ‘카드사태’ 당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금융권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분석이다.
1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상반기 전업카드사 8곳(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의 6개월 이상 연체액은 384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876억원보다 33.8% 늘어났다. 카드사태 직후 인 2004년 상반기 기록한 4913억원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업계에서는 6개월 이상 장기연체의 경우, 회수가 쉽지 않다고 판단한다. 그만큼 카드사 손실 부담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2023년까지만 해도 상반기 기준 1200억원대 수준을 유지하던 장기연체액은 불과 2년 새 3배 이상 뛰어올랐다.
카드사별로 보면 신한카드가 88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롯데카드 715억원 ▲하나카드 698억원 ▲BC카드 420억원 ▲KB국민카드 345억원 ▲우리카드 280억원 ▲현대카드 253억원 ▲삼성카드 244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신한·롯데·하나 등 상위 3개사의 연체액만 2200억원을 웃돌아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1개월 이상 연체액 규모도 위험 수준에 다다랐다는 분석이다. 올해 상반기 전업카드사 8곳의 1개월 이상 연체 총액은 2조5280억원이다. 직전 분기 2조5845억원에 비해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2조원을 훌쩍 웃돈다. 2023년 3분기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한 뒤 줄곧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계부채 부담이 누적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카드사 연체율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8개 카드사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은 1.76%다. 분기 단위로 따지면 2014년 3분기 1.83%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단기와 중기 연체가 누적돼 장기연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가 크다.
카드사 손실 흡수 능력도 약화하고 있다. 상반기 말 기준 카드사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06.3%로 지난해 말 108.1%보다 1.8%포인트 떨어졌다. 충당금 비율이 높을수록 잠재 부실을 견딜 힘이 충분하다는 의미인데 되레 감소세를 보이면서 위기 대응 체력마저 줄었다. 고위험 대출이 늘어난 상황에서 충당금 방어력이 낮아지면서 충격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카드빚 상환을 미루는 현상도 뚜렷하다. 상반기 말 기준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1조5811억원으로 불과 반년 전 1조4283억원에 비해 10.7% 증가했다. 카드빚 상환을 미루고 또 다른 대출로 돌려막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장기연체 확대 배경으로 무리한 카드론 취급을 꼽는다. 카드론은 대표적인 고위험 상품으로 대출 이용자의 상당수가 상환 여력이 낮은 취약차주다. 별도 담보없이 대출이 가능해 13%이상 고금리 상품임에도 자금 창구가 막힌 자영업자들이 꾸준히 이용해왔다.
실제 카드론 잔액은 올해 2월 42조9888억원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미 불어난 차주들의 빚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그간 카드론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줄어든 수익을 보전하는 역할을 해왔다”면서도 “이용자 중 상당수가 취약차주라 연체 위험이 높아 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이 커 연체액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