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兆단위 순익 4대 은행, 보안투자 비중 인뱅 10분의 1

순익 대비 정보보호 투자 금액, 시중은행 1% 그쳐

2025-10-01     한재희 기자

국내 4대 시중은행이 조(兆) 단위 순익을 내면서 정보보호(보안) 투자에서는 인터넷 전문은행에 크게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전체 규모만 놓고 보면 투자 금액과 인력에서 압도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외형과 직원 규모를 감안한 ‘투자 강도’ 지표에서는 인터넷은행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시중은행 및 인터넷전문은행 정보 보호 예산 및 인력 현황/IT조선

1일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과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 3곳 등이 국회 정무위원회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정보보호 예산 및 인력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 대비 정보보호 예산 비중은 토스뱅크가 26.2%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같은 인터넷 은행인 케이뱅크가 5.5%, 카카오뱅크가 4.9%를 기록했다. 반면 시중은행들은 1%대 안팎에 불과했다. KB국민은행 1.2%, 우리은행 1.5%, 하나은행 1.4%, 신한은행 0.9% 등에 그친 것. 

올해 상반기 순익 기준으로도 양상은 비슷하다. 토스뱅크가 16.2%, 케이뱅크 10.5%, 카카오뱅크 5.6%인데 반해, 시중은행은 우리은행 1.4%, KB국민은행 1.0%, 하나은행 0.7%, 신한은행 0.7%에 머무르고 있다. 순익 규모 대비 보안예산을 비교하면 시중은행이 인터넷 은행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문제는 정보보호 투자 금액이 올 들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KB국민은행은 2023년 357억원에서 2024년 377억원(5.6%)으로 늘렸지만, 2025년 환산치는 약 330억원으로 12.5% 줄었다.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336억원에서 348억원(3.6%)으로 늘었다가 올해 228억원(–34.5%)으로 축소됐다.

하나은행은 434억원에서 465억원(7.0%)으로 증가했다가 올해 223억원(–52.1%)으로 줄었다. 우리은행도 411억원에서 448억원(9.2%)으로 늘었지만 올해 환산치는 317억원(–29.2%)으로 감소했다.

이같은 추이는 인터넷 은행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뱅크는 2023년 187억원에서 2024년 216억원(15.4%)으로 늘었고 올해 환산액은 약 221억원(2.4%)으로 제자리에 머물렀다. 토스뱅크는 111억원에서 120억원(8.2%)으로 증가했다가 올해 98억원(–17.9%)으로 줄었다. 반면 케이뱅크는 94억원에서 71억원(–24.8%)으로 감소했다가 올해 133억원(88.5%)으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안투자는 인력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드러났다. 전체 직원 대비 보안 및 정보보호 인력 비중은 카카오뱅크가 61.2%, 토스뱅크 57.8%, 케이뱅크 55.4%로 절반 이상이 정보보호 관련 인력이다. 반면 KB국민은행은 13.0%, 신한은행 11.3%, 하나은행 9.4%, 우리은행 9.0%에 불과했다. 인터넷은행이 모바일·클라우드 기반의 영업 구조와 개발 속도가 빠른 만큼 보안 투자와 인력이 집중돼 있다 하더라도 그 격차가 크다.

최근 은행권은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결합 등 새로운 서비스 확산을 추진하고 있는 데다 보안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업계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킹이나 정보유출 같은 보안 리스크가 소비자 신뢰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보안 관련 예산과 인력을 투자 개념이 아닌 지속가능 운영을 위한 필수 비용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곽진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의 보안 예산 및 인력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구조적·규모적 측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지속적으로 점검·검토하는 비용과 함께 체계 고도화, 위협 대응, 탐지, 회복과 복원에 비용이 제대로 투입돼야 실질적인 보안 능력이 확보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보보호 관련 비용을 수익을 내기 위한 투자라기보다, 조직을 안전하게 유지하고 사업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8월 기준 정보보호 실제 투자 금액은 국민은행이 22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우리은행이 211억원, 신한은행 152억원, 하나은행이 148억원으로 집계됐다. 인터넷은행은 카카오뱅크 147억원, 케이뱅크 88억원, 토스뱅크 65억원이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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