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업데이트 후퇴…남은 과제는 ‘브랜드 신뢰 회복’

2025-10-01     변인호 기자

카카오가 한발 물러섰다. 15년 만에 단행한 카카오톡 대규모 업데이트를 선보인지 7일 만이다. 전문가들은 카카오가 이번 업데이트 논란으로 확보할 수 있었던 핵심 데이터를 놓쳤을 뿐 아니라, 브랜드 가치까지 떨어져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 챗GPT 생성 이미지

전문가들이 이렇게 보는 이유는 카카오톡에 이미 적용된 AI 기능과 관련이 있다. 대화 요약, 통화 녹음, 통화 요약, 앞으로 탑재될 챗GPT 같은 기능은 모두 ‘온디바이스’ 방식으로 작동한다. 온디바이스는 대화나 통화 내용을 서버에 저장하지 않고 스마트폰 안에서만 처리하는 구조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도 “카카오톡 AI 서비스는 대화나 통화 내용을 학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개편으로 카카오가 기대했던 데이터 확보 기회는 줄었다. 카카오는 친구 탭을 피드 형식으로 바꾸고 채팅 탭에 폴더 기능을 넣고 세 번째 탭을 숏폼을 시청할 수 있는 ‘지금탭’으로 바꿨다. 이 과정을 통해 이용자가 어떤 화면을 얼마나 눌렀는지, 어떤 영상을 얼마나 시청했는지 같은 행동 데이터를 얻으려 했다. 하지만 업데이트가 논란 끝에 되돌려지면서 이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게 됐다.

이상근 고려대학교 교수는 “UI 부분만 바뀐 것이어서 AI 전략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라면서도 “프로필 사진 변경 같은 이미지 데이터나 숏폼 시청 데이터는 줄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데이터는 선물하기나 카카오 커머스 사업을 고려하면 상당히 가치가 있는 정보다”라고 덧붙였다.

카카오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는 브랜드 가치 회복이다. 카카오톡은 문자와 음성통화를 대체하며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았지만 이번 업데이트 논란으로 쌓아온 신뢰가 흔들렸다. 그 결과 카카오의 신사업과 신규 서비스에 이용자 불신이 커지고 있다. 보안 안정성과 서비스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한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고삼석 동국대학교 석좌교수는 “업데이트 자체가 AI 사업에 직접적인 차질을 주지는 않겠지만, 메인 서비스인 카카오톡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며 “이전 같으면 무심코 업데이트를 했을 이용자들이 이제는 한 번 더 생각하는 식으로 경계심이 높아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두경 AI 스타트업 굳갱랩스 대표도 “AI와 카카오톡이 기술적으로 분리돼 있어도 이용자가 그 설명을 신뢰할지는 별개 문제”라며 “만약 온디바이스 처리 과정에서 보안 취약점이 드러난다면 카카오 AI 전략 자체를 뒤흔드는 스캔들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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