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여배우 등판에 난리난 美 할리우드… “AI로 인간 대체 반대”

2025-10-01     변인호 기자

“AI라고 왜 표시하지 않죠?”(배우 이벳 니콜 브라운)

“AI와 계약하는 에이전시와 함께 하는 배우는 없길 바랍니다. 정말 역겹네요. 분위기 파악 좀 하세요.”(배우 멜리사 바레라)

이는 모두 AI 배우 ‘틸리 노우드’를 향한 말이다. 틸리 노우드는 미국의 배우 겸 코미디언 엘린 반 더 벨던이 제작했다. 갑자기 틸리 노우드가 화제가 된 건 벨던이 스위스 취리히 영화 산업 부문 행사 ‘취리히 서밋’에서 AI 배우 틸리 노우드와 계약하려 하는 에이전트가 여럿이라고 밝혀서다.

/ 챗GPT 생성 이미지

1일 블룸버그, 코스모폴리탄 등 외신에 의하면 할리우드 배우들과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은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로 틸리 노우드를 향해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AI 배우가 인간 배우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게 주된 이유다.

SAG-AFTRA는 9월 30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틸리 노우드는 배우가 아니라 수많은 전문 배우의 작업을 무단으로 학습한 컴퓨터 프로그램이 생성한 캐릭터다”라며 “인간 배우를 합성물(synthetics)로 대체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SAG-AFTRA는 이어 “틸리 노우드는 도용한 연기를 이용해 인간 배우의 일자리를 빼앗고 생계를 위협하며 인간의 예술을 평가절하하는 문제를 만든다”고 덧붙였다.

우피 골드버그 배우도 9월 29일 방영된 미국 ABC 토크쇼 ‘더 뷰’에서 “틸리 노우드를 개발한 스튜디오는 틸 리가 인간 배우를 대체하는 게 아닌 창작물이라고 주장하지만 인간 배우와 비교되는 것은 시간문제다”라며 “많은 배우가 AI 배우와 계약하는 에이전시를 보이콧하자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밀리 블런트 배우 역시 9월 29일 팟캐스트 ‘어워즈 서킷’ 인터뷰에서 “이게 AI라면 세상에 우린 망했네요”라며 “에이전시들은 제발 우리의 인간적인 관계를 끊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이에 틸리 노우드 제작자인 엘린 반 더 벨던은 “AI가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AI 캐릭터는 인간 배우와 직접 비교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장르 안에서 고유한 가치를 기준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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