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넘어선 보험사 부실자산… 롯데손보·메리츠화재 악화일로
부실자산 비율, 롯데손보 0.84% 업계 평균 4배 높아 메리츠화재, 1년새 0.34→0.55% 껑충 뛰어
국내 보험사들이 보유한 부실자산이 올해 2조원을 돌파하면서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단기 수익성에 치중하며 대체투자를 확대해온 관행이 결국 건전성 리스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자산 대비 부실비율로 따지면 롯데손해보험이 가장 높았고, 추세로 보면 메리츠화재가 크게 악화됐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생명·손해보험사 38곳이 떠안은 가중 부실자산 규모는 총 2조140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조5743억원 대비 36% 증가한 규모다.
가중부실자산은 보험사가 보유한 대출·유가증권·부동산 가운데 회수가 사실상 어려운 ‘고정이하’ 자산을 뜻한다. 전체 자산에서 부실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건전성 지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자산 대비로 보면 전체 보험사 중 롯데손보가 0.84%로 가장 높았다. 보험사 38곳 평균 0.19%의 4배가 넘는다.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보(0.67%)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롯데손보의 가중부실자산 총액은 지난해 말 1184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094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그러나 자산건전성 분류대상자산이 같은 기간 13조9848억원에서 13조1002억원으로 9000억원 가까이 줄면서 비율은 개선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를 롯데그룹 시절 공격적으로 편입한 대체투자 포트폴리오의 후유증으로 본다. 당시 롯데그룹은 ▲부동산 ▲사회간접자본(SOC) ▲항공기·선박 등 대체투자 자산을 대거 늘렸다. 관련 자산들이 평가손실로 이어지면서 건전성 부담으로 돌아왔다는 분석이다.
롯데손보는 JKL파트너스 인수 이후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는 ‘자산 리밸런싱’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수익증권 규모는 지난해 3조8409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2조9069억원으로 줄었다. 전체 대체투자 중 고위험으로 판단되는 자산을 매각하면서 건전성 개선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워낙 대체투자 규모가 크다 보니 단기간 비율을 낮추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당사는 자산건전성 제고를 위해 적극적인 수익증권 매각과 보수적인 평가손익 인식 등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며 “수익증권 규모를 2020년 대비 34% 가량 감축하면서 연체율이나 고정이하자산비율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실자산이 가장 빠르게 확대된 곳은 메리츠화재다. 이 회사의 가중부실자산 비율은 지난해 말 0.34%에서 올해 상반기 0.55%로 0.21%포인트 상승했다. 업권 중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실제 같은 기간 가중부실자산 금액도 1405억원에서 2350억원으로 늘었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관련 대출채권이 부실자산으로 반영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메리츠화재는 올해 3월 불거진 ‘홈플러스 사태’로 인해 자산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졌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메리츠화재가 빌려준 2807억원이 올해 2분기에 전액 부실등급채권(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회사의 대출채권 가운데 원리금 상환이 1개월 이상 밀린 채권의 비율(연체율)은 3.54%로 전년 동기 대비 1.55%포인트 급등했다. 5대 손보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메리츠화재 부실 관련 지표가 급등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이 반영된 결과다.
아울러 흥국화재(0.68%), 하나생명(0.66%)도 평균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를 기록했다. 두 회사 모두 해외 대체투자와 부동산 노출이 크다는 공통점이 있다. 금리와 경기 변동에 민감한 구조 탓에 향후 평가손실 위험이 남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한화생명 3357억원 ▲교보생명 2053억원 ▲삼성생명 1894억원은 가중부실자산 총액은 크지만 전체 자산 대비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채권 등 안전자산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유지해온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당국도 현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가중부실자산 비율은 보험사 재무 안정성 지표인 만큼 일정 수준 이상 높아지면 신용등급 하락이나 자본 확충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부동산PF 부실 등에 따라 대체투자 비중이 높은 보험사들의 건전성이 지속 악화하는 추세”라며 “단기적으로 대체투자 환경이 급격히 개선될 것으로 보이진 않아 자산 리스크 관리가 업권 전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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