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고점 불안한데… 실적 전망 개선된 저평가 종목은?

메모리 호황 삼성전자 3Q 영업익 전망치 12% 상향 지주사 HD현대 16%, 한화 15%, 두산 3% 커져

2025-10-02     윤승준 기자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코스피가 등락을 반복하면서 안정적인 실적 개선 종목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호황 사이클을 맞은 반도체 대형주부터 조선·방산·원전 회사를 자회사로 둔 지주사, 증시 호황 수혜를 맞은 증권주 등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LG디스플레이, LG화학, 한국전력, 두산 등은 실적 전망이 개선된 만큼 주가가 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챗GPT에서 생성한 이미지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200 종목 중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가 존재하는 169개사의 3분기 예상 연결 영업이익은 총 73조1631억원(단순 합계)으로 집계됐다. 1개월 전(71조5317억원) 대비 2.3% 늘었다. 종목 수로는 상향 57개사, 동결 36개사, 하향 76개사 수준으로 실적 기대치가 떨어진 종목이 더 많았다.

반도체 ‘쌍두마차’가 코스피 이익 추정치 상향을 주도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9조8164억으로 1개월 전(8조7665억원)보다 12.1% 커졌다. SK하이닉스도 10조2734억원에서 10조8016억원으로 5.1% 증가했다. 이들의 영업이익 전망치 증가 폭을 합치면 총 1조5781억원인데 이는 코스피200 전체 증가 폭(1조6314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삼성전자의 실적 기대감이 커진 건 주력 상품인 D램 반도체의 재고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면서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글로벌 D램 제조업체의 평균 재고는 3.3주로 2018년 반도체 슈퍼사이클 당시(평균 3~4주)와 비슷한 낮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공급 부족은 가격 급등으로 이어져 이익을 키운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호황에 더해 인공지능(AI) 가속기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까지 호조를 보일 전망이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해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파운드리, HBM 관련 우려 완화 구간에 진입해 예상보다 빠른 범용 메모리 시장 회복으로 전방위적 수혜가 반영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에 대해선 “경쟁사 대비 높은 원가 효율을 확보하고 있어 안정적인 HBM 매출을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주사도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상향됐다. ㈜HD현대의 3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1조3920억원으로 1개월 전(1조2032억원) 대비 15.7% 늘어났다.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일렉트릭, HD현대마린솔루션 등 계열사 실적 개선에 따른 중간배당 수취가 기인하다는 분석이다. 

㈜한화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1조325억원에서 1조1850억원으로 14.8% 증가했다. 방산 수출 사업 호조를 보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약진과 더불어 건설 등의 별도 부문의 이익 창출이 커진 영향이다. ㈜두산도 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3786억원에서 3904억원으로 3.1% 상향됐다. 전자BG(비즈니스그룹) 사업 부문의 기업가치 증가,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 시대의 도래에 따른 두산에너빌리티 지분가치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상향 주요 종목 / 윤승준 기자

증권주도 나아졌다. 증시 강세에 따른 브로커리지 이익 증가 등으로 한국금융지주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4565억원)는 1개월 전보다 2.5%, 키움증권(3457억원)은 2%, 미래에셋증권(3986억원) 1.9%, NH투자증권(2922억원)은 0.6% 각각 상향됐다.

양극재 출하량을 확대한 포스코퓨처엠(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181억원) 8.4%, 대미 관세 문제에서 자유로운 넷마블(838억원) 3.3%, 에너지저장장치(ESS) 매출 증가 효과를 본 LG에너지솔루션(5136억원) 3.2%, 화장품 수출을 확대한 에이피알(845억원) 3.1% 등도 3분기 예상 영업이익이 3% 이상 커졌다.

LGD 영업이익 전망 33% 뛰고 PER 하향

실적 상향 기대감이 주가에 이미 반영된 게 마음에 걸린다면 주가수익비율(PER)까지 고려하는 것도 방법이다. 영업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됐음에도 12개월 선행 PER이 하락했다는 것은 주가가 실적 개선 속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상향된 57개사 중 1개월 전보다 12개월 선행 PER이 내려간 종목은 총 24개다. 

LG디스플레이의 이익 개선 폭이 가장 컸다. LG디스플레이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개월 전 2922억원이었으나 현재 3876억원으로 32.7% 상향 조정됐다. 모바일 플라스틱유기발광다이오드(P-OLED) 성수기 진입, 북미 고객사 내 점유율 개선 등이 영업이익 전망치 상향에 영향을 미쳤다. 반면 12개월 선행 PER은 11.77배에서 11.25배로 내려갔다. 

강민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고객사 워치 신모델 물량 독점과 부진했던 TV 및 IT 사업부의 개선세가 지속되는 점 역시 기대감을 더하는 요소”라며 “우호적인 환율 환경이 조성됐고 미국발(發) 디스플레이 산업 개편 기대감 등 긍정적인 요소가 상존한다”고 말했다.

LG화학도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4868억원에서 5260억원으로 8.1% 상향 조정되면서도 12개월 선행 PER은 31.12배에서 30.89배로 내려갔다. 리튬 가격 안정화에 따른 역래깅 효과(원재료 투입 시차에 따른 이익 감소) 완화, 테네시 공장 증설 등에 힘입어 3분기를 기점으로 이익 개선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게 증권가 판단이다. 

원전 사업 수주 및 요금 인상 기대감이 커진 한국전력도 1개월 전보다 영업이익 전망치(5조272억원)가 3.2% 상향되는 가운데 12개월 선행 PER은 2.59배에서 2.52배로 하락했다. TCC스틸(영업이익 전망치 상향 폭 50%, 12개월 선행 PER 10.19배), TKG휴켐스(10.1%, 9.2배), 한온시스템(8.6%, 64.56배), 두산(3.2%, 28.72배), GKL(2.9%, 15.45배), 한국카본(2.7%, 16.37배) 등도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상향 및 12개월 선행 PER 하향을 보였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10월은 단기 급등에 따른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과 인플레 지표 등 대외 변수에 유의해야 하는 시기”라면서 “추석 연휴가 끝나면 실적 시즌에 돌입하는 만큼 주가와 연관성이 높은 실적이 중요한데 이익모멘텀이 긍정적인 업종이나 기업 중심으로 대응하는 전략이 유리한 선택”이라고 조언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