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돈 모아라… 연휴 뒤 ‘자금 환승’ 노리는 증권가

하나證, 외화통장 신규 개설 시 소수점 주식 1만원 등 혜택 제공 KB證 美주식 거래 수수료 면제, NH證 채권 이전 시 상품권 지급

2025-10-05     윤승준 기자

연휴 직후 자금 이동이 커지는 시기를 겨냥, 증권사들이 다양한 자금 루트를 확보해 폭넓게 흡수하려는 마케팅에 나섰다.

여행 후 남은 달러를 환전 없이 미국 주식으로 연결하고 첫거래·휴면 고객에게 온라인수수료를 ‘제로’로 낮추며 고금리 신용·담보를 저금리로 갈아타게 하는 등 방식도 다양하다. 일각에선 혜택이 적지 않지만 적용 대상과 기간, 요율 조건 등이 세밀해 소비자들이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챗GPT에서 생성한 이미지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하나은행과 손잡고 ‘트래블로그 외화통장’과 연계한 미국 주식 소수점 투자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트래블로그 외화통장은 만 14세 이상 개인 또는 개인사업자가 가입 가능한 외화예금으로 최대 1만달러까지 예치할 수 있다. 

하나머니 앱에서 트래블로그 외화통장을 개설하면 테슬라·애플·엔비디아·인텔 가운데 2개 종목을 각 5000원 상당(총 1만원)으로 제공하고 신규로 계좌를 개설하면 선착순 1만명에겐 2달러 현금도 준다. 하나증권 최초 계좌 개설 고객은 6개월간 미국 주식 매매수수료 면제 혜택이 붙는다.

조대현 하나증권 WM그룹장은 “여행 후 남은 외화를 자연스럽게 미국주식 투자로 연결할 수 있도록 은행·증권·하나머니 간 연계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KB증권은 ‘REAL ZERO’ 이벤트 기간을 연장해 이달 말까지 진행 중이다. 1일 이후 해외주식을 처음 거래하는 고객과 7~9월 거래 이력이 없는 휴면고객이 대상이다. 온라인으로 미국 주식을 거래하면 신청일로부터 6개월간 수수료(유관기관 제비용 포함)를 전액 면제한다. 같은 기간 달러 환전은 최대 95% 우대를 제공하고 거래·환전 누적금액 구간 충족 시 추첨으로 1만원~100만원의 해외주식 쿠폰(총 2910명)을 지급한다.

손희재 KB증권 디지털사업그룹장은 “변동성이 커진 미 증시에 유리한 조건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비대면 위탁계좌 최초 개설 3만원, 국내주식 온라인 평생 수수료 등의 상시 혜택도 병행한다. 

신용·담보대출 영역에선 갈아타기 경쟁이 두드러진다. 한화투자증권은 연말까지 타사 국내주식 신용융자 또는 담보대출 보유 고객이 ‘주식대출 갈아타기’를 이용하면 종목 매도나 대출 상환 없이 연 3.98% 금리로 이전할 수 있도록 했다. 갈아타기 완료일부터 180일간 이벤트 금리를 적용하고 만기 이후에는 정상금리 대비 3%포인트를 할인한다.

교보증권도 연말까지 신규·휴면 고객을 대상으로 신용매수에 100일간 연 3.59% 우대금리를 적용하고 휴면고객에 한해 해외주식 담보대출도 100일간 같은 금리를 제시한다. 

하나증권의 ‘트래블로그 외화통장’ 이벤트(위), KB증권은 ‘REAL ZERO’ 이벤트(아래 왼쪽),  NH투자증권의 ‘N2 국내채권 슈퍼리워드’ 이벤트(아래 오른쪽) 관련 사진 / 각 사

보수적 자금 유치에 초점 맞춘 채권 이벤트도 나왔다. NH투자증권은 내달 28일까지 ‘N2 국내채권 슈퍼리워드’를 실시한다. 타사 보유 국내채권(국공채, 특수채, 회사채 중 일부 제외)을 NH 계좌로 이전하면 순입고 금액에 따라 5만~30만원의 신세계백화점 모바일상품권을 지급한다 별도로 올해 약정 이력이 없는 고객이 ‘개별채권대여’ 서비스를 신규 약정하고 대여 가능 채권을 5억원 이상 보유하면 3만원 상품권을 추가 제공한다.

두 혜택은 중복 수령이 가능하고 입고 후 지급일까지 해당 금액을 유지해야 한다. 배광수 NH투자증권 WM사업부 대표는 “채권 및 대여서비스 활성화를 통해 투자 저변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번 프로모션의 공통점을 ‘연휴 자금 동학’에 맞춘 정밀 타깃팅으로 본다. 여행 잔여 외화는 해외주식 진입로로, 휴면·첫거래 고객은 수수료·환전 우대 패키지로, 고금리 신용·담보는 저금리 환승으로, 예·적금 성향 자금은 채권 입고와 대여로 흡수하는 구도다. 

다만 혜택 대부분이 ‘기간 한정+대상 특정’ 구조이고 신청일 기준으로 우대기간이 기산되는 경우가 많아 유관기관 제비용 포함 여부, 우대금리 종료 후 정상요율, 환전 우대의 실제 체감 스프레드, 채권 리워드의 잔고 유지 조건 등을 확인해야 한다. 해외주식의 경우 배당 원천징수와 양도소득세 신고, 채권 이자 과세 등 세제 요건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선택 기준은 이벤트 기간 특례가 아니라 종료 후 상시 요율과 총비용”이라며 “연휴 이후 불어난 유동성을 어디로 옮길지 고민하는 투자자라면 각 사 이벤트 적용 조건과 사후 요율을 비교해 자신에게 유리한 ‘환승 구간’을 찾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