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이버 보안 업계, '통합 보안' 전략 총력전
우리나라 사이버 보안 기업들이 통합 보안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력 사업에 머물지 않고 M&A, 자체 기술 개발, 인공지능(AI) 기반 보안관제까지 다각도로 역량을 확보하며 거세지는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네트워크 경계 모호화, 제로 트러스트 보안, 국가망보안체계(N²SF) 등 국가 주도 정책이 통합적 접근을 요구하면서 업계 재편도 빨라지고 있다.
SK쉴더스는 AI 기반 보안관제 플랫폼 ‘시큐디움’ 고도화에 2026년까지 200억원을 투입한다. 관리형 확장 탐지·대응 체계(MXDR)를 구축하고, 파트너사 S2W의 공격 표면 관리 경험과 화이트해커 그룹 ‘이큐스트’의 모의해킹 역량을 결합한 통합 보안 서비스를 선보였다. 인터넷 자산 관리, 취약점 점검, 위협 평가까지 선제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김병무 사이버보안부문장은 “국내 최다 침해 대응 경험과 모의해킹 전문 역량을 결합해 기업의 보안 사각지대를 빠짐없이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지니언스는 통합 단말 보안 플랫폼 ‘지니안 인사이츠 E 3.0’을 출시했다. 엔드포인트 탐지·대응(EDR)을 기반으로 차세대 백신, 안티랜섬웨어, 매체제어 기능을 통합한 올인원 제품이다. 백신이 사전 탐지를, EDR이 사후 대응을 맡아 단일 콘솔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다.
이동범 대표는 “복잡한 보안 환경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 관리하도록 한 전략적 제품이다”라며 “운영 효율성과 완성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M&A를 통한 전략도 활발하다. SGA솔루션즈는 7월 시스템 접근제어 자회사 SGN을 합병해 제로 트러스트 풀스택 체계를 완성했다. 최영철 대표는 “시장에서는 보안 솔루션도 풀스택을 요구한다”며 “보안 역시 A부터 Z까지 아우르는 통합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니터랩도 7월 EDR 기업 쏘마를 인수하며 네트워크부터 엔드포인트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시장과도 맞물린다. 팔로알토네트웍스, 트렌드마이크로 등 해외 대형 기업은 수조 원대 M&A를 통해 통합 보안 플랫폼으로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자금력 격차에도 불구하고 자체 기술 개발, 선별적 M&A, AI 접목 등 현실적인 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해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도 ‘통합보안 모델 개발 시범사업’을 통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고,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과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기업을 대상으로 IT 자산 긴급 점검을 확대하는 등 정책적 뒷받침에 나서고 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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