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네이버 초대형 지분 교환…주주들, 서로 다른 셈법 고심

‘1:3’ 주식 교환 비율 유력하지만

2025-10-08     정서영 기자

국내 최대 포털업체인 네이버와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초대형 지분거래에 나섰다. 이르면 이달 네이버 금융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통합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의 이목은 주식 교환 비율 산정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각사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합병 비율을 둘러싼 치열한 수싸움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이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을 통해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 챗GPT

8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이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을 통해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양사 모두 비상장사인 만큼 가치 산정 방식에 따라 합병 비율이 달라질 전망이다. 시장에선 일단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주식 교환 비율로 1대 3을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4조원, 두나무가 14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두 회사 주요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최종 합의까진 진통이 예상된다. 두나무에 유리한 비율이 적용될수록 두나무 주주는 네이버파이낸셜 신주를 확보해 합병 법인 내 영향력이 커진다. 반면 그만큼 기존 네이버파이낸셜 주주 지분은 희석될 수 있다.

두나무 주주들이라고 해서 마음이 무작정 편한 건 아니다. 가상자산 산업의 성장에 기대 두나무에 투자했지만, 네이버와의 합병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만났기 때문이다.

두나무는 대주주인 송치형 회장(25.53%)과 김형년 부회장(13.11%)외에 카카오인베스트먼트(10.5%), 우리기술투자(7.2%), 한화투자증권(5.9%) 등이 주요 주주로 있다. 이들은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의 합병 논의에 따라 기존 주식 매각 또는 네이버파이낸셜 신주 인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포괄적 주식 교환은 특별결의 대상으로 주총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이에 송치형 회장과 김형년 부회장 등 두나무 경영진 지분과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은 총 38.6%로, 30%에 가까운 지분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화투자증권은 투자금 회수(엑시트)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이 포괄적 주식 교환을 포함한 전략적 제휴 논의를 진행함에 따라 계속 보유, 매수청구, 매각 등 여러 가지 검토 중에 있다”고 공시하며 엑시트 가능성을 열어뒀다.

네이버파이낸셜의 2대 주주인 미래에셋그룹 역시 합병 소식이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으로 전해졌다. 현재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가 69%, 그 다음으로 미래에셋그룹이 30% 지분을 보유 중이다. 문제는 두나무 주주에게 신주가 발행되면 지분 희석 효과로 미래에셋그룹이 주요 주주 지위에서 밀려날 수 있다.

그러나 향후 두 회사의 합병 법인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경우, 기업 가치가 높아져 미래에셋그룹으로선 보유 지분 가치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증권가에선 나스닥 상장 시 기업가치가 40~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는 두나무 단독 상장 시 기업가치보다 두 배 넘는 수준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주주와 다른 주주들간 이해 관계조율이 합병의 걸림돌이 될 수 있을거로 봤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가 합병법인을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선 두나무 1, 2대 주주인 송치형 회장과 김형년 부회장의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며 "이들이 네이버 지분을 확보하게 될 경우, 송 회장이 네이버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설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또 “송 회장과 김 부회장 입장에선 네이버파이낸셜의 상대적인 높은 평가 가치를 수용할 이유가 생기는 셈”이라며 “반면 두나무 일부 주주 입장에선 이같은 기업 가치 평가에 대해 불만이 생길 수 있고, 몇몇 두나무 기관투자자의 지분 매각 가능성이 떠오르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정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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