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UAE AI 반도체 수출 5개월째 답보… 젠슨 황 난처

미국, UAE의 대미 투자 먼저 해야 AI 반도체 수출하겠다는 입장

2025-10-03     윤승준 기자

수십억달러 규모의 엔비디아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약속이 다섯 달째 답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챗GPT에서 생성한 이미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각) 수출을 축으로 새로운 기술 전략을 부각하려 했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백악관 AI 정책 책임자 데이비드 색스의 계획에 차질이 빚으면서 황 CEO와 일부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미 대통령은 5월 중동 순방에서 UAE에서 AI와 관련한 대규모 투자를 받는 대가로 첨단 AI 반도체를 수출하기로 약속했다. 그럼에도 합의가 이행되지 않은 것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엔비디아에 수출 허가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러트닉 장관은 UAE가 데이터센터 투자·건설 등 앞서 약속한 투자를 먼저 마무리해야 AI 반도체를 수출하겠단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WSJ에서 인용한 한 고위 당국자는 “수출과 투자의 비율을 1대 1로 정하는 합의가 추진되고 있다”면서 “UAE가 연말까지 최소 10억달러 상당의 엔비디아 반도체를 받으면 UAE는 미국에 최소 10억달러를 송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트닉 장관 등 일부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올 여름 UAE가 중국과 가깝다면서 안보 위험을 제기하기도 했는데 이런 판단도 수출 지연에 영향을 미쳤다고 WSJ은 전했다.

반도체 수출을 놓고 UAE와 진행한 논의는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에 미국 투자를 압박한 최신 사례라고 WSJ은 짚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과의 무역 협상에서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확정 지었고 투자 사업 결정 시 현금으로 납입해야 하는 등 지출과 이익공유 조건을 미국에 유리하게 설정했다. 한국과도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구두로 합의했고 일본이 서명한 투자 합의와 유사한 조건을 수용하라고 압박하는 상황이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