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라이즌 신임 CEO에 댄 슐먼 전 페이팔 수장… 성장 스토리 만들까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즈가 실적 부진과 가입자 이탈에 대응하기 위해 7년 만에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다. 버라이즌은 새 CEO 체제에서 통신 본연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디지털 금융 및 결제 연계 서비스 확대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버라이즌은 7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페이팔(PayPal) 전 CEO이자 현 사외이사였던 댄 슐먼(Dan Schulman)을 신임 CEO로 즉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슐먼은 지난해 12월부터 버라이즌의 리드 독립이사로 활동해 왔으며 이번 인사를 통해 회사의 성장 정체를 돌파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임무를 맡았다.
슐먼 CEO는 성명에서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가치 제안을 극대화하고 운영비를 절감하며, 자본 배분을 최적화해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내부 직원 메모에서는 “모빌리티와 브로드밴드 시장 모두에서 빠르고 대담하게 승리할 것”이라며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재무성과를 내고, 주주들에게 확실한 가치를 돌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임 CEO였던 한스 베스트베리(Hans Vestberg)는 2018년부터 버라이즌을 이끌며 5G 인프라 확충에 주력했으나, 기대와 달리 실질적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버라이즌은 여전히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지만, 올해 2분기 5만1000명의 가입자를 잃는 등 가입자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T모바일(T-Mobile US)과 AT&T 등 경쟁사에 점유율을 빼앗기며 주가는 베스트베리가 취임한 이후 약 18% 하락했다.
이번 인사 소식이 전해지자 버라이즌 주가는 뉴욕 증시에서 최대 5.3% 급락하며 지난 4월 이후 가장 큰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리콘 애널리틱스(Recon Analytics)의 로저 엔트너 애널리스트는 “이번 교체는 한스 베스트베리의 성과에 대한 불만을 반영한 조치”라며 “현재 버라이즌에는 신뢰할 만한 성장 스토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슐먼은 통신과 금융 기술을 두루 경험한 인물로, 페이팔 CEO 재임 당시 매출을 80억달러에서 300억달러(약 42조원)로 세 배 이상 끌어올렸고 주당순이익(EPS)을 5배 증가시켰다. 또한 전 세계 수억 명의 신규 고객을 확보하며 디지털 결제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꾼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뉴욕 의류업계에서 노조 조직가로 일했던 할아버지를 둔 노동운동가 집안 출신으로, AT&T의 말단 직원으로 경력을 시작해 소비자 장거리 사업부 사장까지 올랐다. 이후 리처드 브랜슨이 창립한 버진모바일USA의 초대 CEO로서 회사를 이끌며, 2009년 스프린트 넥스텔에 매각했다. 이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에서 금융 소외층 대상 서비스를 담당하다가 2014년 페이팔 CEO로 취임했으며, 2018년부터는 버라이즌 이사회에 합류했다.
한편 베스트베리는 CEO직에서 물러나지만, 향후 1년간 회사에 남아 96억달러(약 14조원) 규모의 프런티어 커뮤니케이션즈 인수 통합 작업을 담당할 예정이다. 인수는 내년 1분기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버라이즌을 5G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시키는 데 기여했지만, 네트워크 혁신이 실질적인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엔트너 애널리스트는 “슐먼은 단기적으로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장기적 체질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김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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