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에 AI 입혔더니… 국민카드, 업무는 절반인데 고객 참여 2배로
AIMs 2.0·AI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추진
KB국민카드가 최근 생성형 AI 기반의 통합 마케팅 플랫폼 구축에 착수하는 등 ‘AI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를 마케팅 전 영역에 적용, 경쟁력 제고와 비용 효율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악화하는 본업 수익성을 만회하고자 마케팅비 절감과 효율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여신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통합 AI마케팅 플랫폼 ‘AIMs(에임즈) 2.0’ 구축을 위한 입찰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동안 고객세분화, 캠페인 관리, 성과분석 등 분리해 운영하던 마케팅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고 여기에 생성형 AI를 접목, 각종 문구와 홍보 소재를 자동 생성·검수하는 것이 핵심이다. 캠페인 설계뿐 아니라 광고 반응률이나 카드 사용액 증가율 등 부서별 성과관리까지 일원화해 마케팅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처럼 국민카드가 마케팅 효율화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수익성 악화와 비용 절감 압박이 있다. 올 상반기 전업카드사 8곳의 합산 순이익은 1조2251억원으로 전년 대비 18.3% 줄었다. 이중 본업인 가맹점수수료수익 감소분은 2911억원으로 전체 이익 감소폭을 웃돌았다. 향후에도 본업 수익성은 지속 약화할 것으로 전망돼 카드업계의 마케팅비 축소 압박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카드는 AIMs 고도화를 통해 비용 절감과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실제 KB국민카드는 AIMs를 처음 도입했던 2023년 2월 이후 마케팅 반응률이나 비용 절감에서 성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한다.
현재 국민카드가 도입한 AIMs는 기존 사람이 설계하던 고객별 혜택 분석 업무를 AI가 자동으로 처리하고 있다. 카드 사용액과 소비 패턴을 파악해 20만원대 고객에게는 편의점 쿠폰을, 100만원 이상 고객에게는 포인트 적립 이벤트를 제안하는 식이다. 발송 시점과 채널도 AI가 반응이 높은 시간대로 자동 조정한다.
이에 따라 고객들의 행사 참여 반응률은 2배 이상 높아지고 마케팅 업무시간은 절반으로 단축됐다. 기존 마케팅 한 건을 기획·실행하는 데 평균 5영업일이 걸렸던 절차가 AIMs 도입 후 3영업일로 줄었다. AI가 반복 업무를 대신하면서 약 20%의 비용 절감 효과도 거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국민카드는 AIMs 2.0에 생성형 AI를 새로 도입해 기존 자동화 수준을 한 단계 높인다는 구상이다. 고객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라 AI가 마케팅 문구나 홍보 이미지를 직접 만들어내고 캠페인 성과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예산과 타깃을 조정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결제 습관이나 선호 업종에 따라 혜택이 빠르게 반영되는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이번 AIMs 2.0 고도화 작업은 AI센터 출범 이후 본격화된 전사 AI 전환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국민카드는 지난 7월 데이터사업그룹 산하에서 AI센터를 분리·신설했다. 단순한 데이터 분석 조직이 아니라, 전사 차원의 AI 전략 수립과 실행을 맡는 핵심 조직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AI센터 신설은 KB금융그룹 차원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KB금융은 지난해 말 디지털·AI·데이터를 총괄하는 디지털혁신부를 신설하고 그룹 공동 생성형 AI 플랫폼 ‘KB GenAI 포털’을 출범시켰다. 국민카드는 이 같은 그룹 전략 아래에서 카드 비즈니스 현장에 AI 기술을 적용. 마케팅과 고객 경험 혁신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는다.
초대 센터장으로는 1980년생 이청재 상무가 선임됐다. KB국민카드 임원 20명 중 최연소다. 이청재 상무는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차그룹 계열사를 거친 AI 전문가다. 특히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과 생성형 AI 서비스 구축 경험이 풍부하다. KB국민카드가 외부 테크기업 출신 젊은 리더를 전면에 세운 것은 AI 내재화와 실행력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생성형 AI의 활용이 확산되는 만큼 AI가 생성하는 정보의 정확성과 편향성,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신뢰성 확보 장치가 중요하다”며 “이번 정보요청을 통해 시장의 다양한 플레이어와 협업해 한 단계 더 고도화된 체계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AI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은 카드업계 공통 과제로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 광고·카피 제작부터 고객 분석까지 AI가 직접 참여하면서 외주 중심 마케팅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는 분위기다.
우리카드는 올해 ‘카드의정석2’ 광고와 캐릭터 ‘베이비블루’ 제작 전 과정을 생성형 AI로 진행했다. 기존 촬영으로는 구현하기 힘든 맹수나 아기의 놀라는 장면을 AI가 대체했다. 음악과 효과음까지 자체 제작됐다. 이 광고는 부산 해운대 호텔 외벽 등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전개돼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기여했다. AI가 마케팅 창작의 새로운 도구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하나카드는 AI 카피라이터 ‘카피GO’를 도입해 마케팅 문구 생성 과정을 자동화했다. 캠페인 목적과 타깃 정보, 혜택 조건 등을 입력하면 AI가 광고 문구를 제안하는 방식이다. 마케터는 여러 버전의 문구를 실시간으로 비교·선택할 수 있어 작업 속도와 효율이 높아졌다. 이메일 홍보, 앱 내 알림 메시지 등 다양한 고객 커뮤니케이션 영역으로 AI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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