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반등 기회, ‘18A’에 담은 필승 성공법 [줌인IT]

2025-10-16     권용만 기자

인텔이 지난 9일(현지시각) 차세대 공정 ‘인텔 18A’의 대량 양산을 개시하고 차세대 신제품에 이 공정을 사용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발표로 인텔은 여러 우여곡절 끝에 지난 4년간 진행된 ‘4년간 5개 공정 전환’ 여정의 마무리를 예정대로 마쳤다. 실제로는 5개 공정 중 20A가 생략되긴 했지만, 마무리인 ‘18A’는 일정을 정확히 지켰다.

이번 ‘인텔 18A’의 성공적인 개발과 양산 소식이 큰 관심을 끄는 이유는 최근 몇 년간 인텔이 겪어온 어려운 상황을 탈출할 반전의 계기로 꼽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발표된 인텔의 모든 전략은 이 18A 공정의 성공을 전제 조건으로 한다. 인텔 18A 공정은 미국 반도체지원법의 보조금과 미국 국방부와의 계약으로 국가 기반산업으로도 중요한 위치에 있고, 외부 파운드리 사업에도 핵심 공정이다. 

인텔 18A가 적용될 첫 제품은 차세대 코어 울트라 300시리즈 프로세서가 될 ‘팬서 레이크’와 데이터센터용 E-코어 기반 제온 6+ 프로세서 ‘클리어워터 포레스트’로 발표됐다. 인텔은 이들 제품들이 이전 세대 제품들보다 성능과 효율 모두에서 확연한 향상을 달성했다고 공표했다. 이전 세대 일부 제품의 핵심 다이들이 TSMC의 제조 공정을 사용한 것을 고려하면 IP 뿐만 아니라 공정의 경쟁력까지 경쟁사와 비교될 수도 있겠다. 외부 파운드리 고객사에도 이 제품들은 18A 공정에 대한 레퍼런스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최신 칩을 구성함에 있어 공정과 설계는 상호 보완 관계에 있다.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할 수 있는 최신 미세공정은 제한된 공간 안에서 더 많은 것들을 담고 더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설계가 있어야 미세공정이 제 가치를 낼 수 있다. 이러한 공정과 설계의 균형은 지난 수십년간 많은 성공과 실패의 사례를 만들어 온 바 있고, 꼭 최신 공정을 사용한 칩이 고성능을 내는 게 아니라는 점도 잘 알려졌다.

‘팬서 레이크’와 ‘클리어워터 포레스트’는 여러 모로 공정과 제품 모두의 성공을 위해 인텔이 할 수 있는 모든 전략이 다 투입된 모습이다. 특히, 인텔은 이번 신제품에서 여러 칩을 다른 공정에서 생산해 패키징 기술로 결합하는 ‘타일’ 구조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한 부분이 눈에 띈다. 예전의 인텔은 하나의 다이로 제품을 구성하는 ‘모놀리식’ 구조를 더 선호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특히 ‘클리어워터 포레스트’는 적층과 평면 연결 모두를 사용한 복잡한 구조를 사용한다.

이러한 복잡한 구조는 설계와 제조의 복잡성이 높아지지만, 새로운 ‘18A’ 공정의 생산 수율을 극대화한다.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웨이퍼 안에서 만들어질 다이가 커질수록 수율이 크게 떨어지는 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반도체 공정의 초기 수율에서는 무엇을 만들어 수율을 측정했느냐에 따라 기준에 큰 차이가 난다. 지금까지 많은 최신 공정들의 수율 관련 소식에 편차가 컸던 데는 이러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인텔은 가능한 작은 다이 구성으로 이 부분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복잡한 패키징 기술과 비싼 최선단 공정의 수율을 교환했다. 특히 ‘클리어워터 포레스트’에서 288코어를 12개 컴퓨트 타일로 쪼개고 액티브 베이스 타일에 대용량 L3 캐시를 담아 포베로스 다이렉트 패키징 기술로 결합한 건 이 전략의 백미가 아닐까 싶다. 이전 세대가 144코어를 단일 다이에 구성한 것과 비교하면, 대략 최신 공정과 패키징 기술 간의 경제성 관계까지 짐작될 정도다.

또 다른 전략적 움직임은 제품에 사용된 공정의 배치 측면이다. 반도체 제조는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대표적 영역으로, 확보된 물량이 많을수록 전체 제조 단가를 최적화할 수 있다. 이미 인텔은 4년간 실질적으로 4개 공정을 전환했고, 그 과정에서 각 공정별로 제품이 분산돼 규모의 경제 면에서는 다소 불리했다. 하지만 18A 공정은 이전과 달리 내부 수요부터 최대한 모았다. 18A 공정은 팬서 레이크와 클리어워터 포레스트, 그리고 향후 발표될 차세대 P-코어 기반 제온 ‘다이아몬드 래피즈’ 등 차세대 제품들에까지 집중적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새로운 공정으로의 전환 이후 이전 세대 공정의 전략적 활용도 눈에 띈다. 기존 ‘인텔 3’은 지금까지 제온 6 프로세서 제품군에서만 사용했지만, 앞으로는 팬서 레이크의 GPU 다이와 클리어워터 포레스트의 액티브 베이스 다이 등을 생산하는 데도 사용된다. 특히 팬서 레이크의 4Xe GPU 다이 생산은 TSMC 외주 물량을 줄이고 인텔 3의 가동률을 높이는 일석이조의 역할이 기대된다. 이러한 전략적 공정 활용으로, 인텔 파운드리에서 18A의 외부 수요는 성패를 좌우할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 인텔 18A 공정은 성공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소식으로 보면 개인적으로는 매우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실패가 용납될 수 없는 상황에서, 인텔은 절대 실패하지 않을 여러 가지 전략들을 미리 준비했다. 앞으로 나올 신제품은 최신 공정의 결실을 잘 보여주면서, 실패의 가능성은 최소화할 구성이다. 인텔은 18A의 품질 또한 이미 ‘지난 15년간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이라 언급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이 온전히 ‘공정’의 힘만은 아니게 됐다. 그리고 앞으로 공정만으로의 성능 도약은 더 힘들어질 것이 분명하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