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반도체'로 3800선 눈앞에 둔 코스피… 4천피 놓고 설왕설래
1개월 상승률 9.8% G7보다 높아 외국인, 한 달간 6.7조 순매수… 삼성전자 많이 사 한미반도체 56% 오르며 코스피50 수익률 1위
코스피가 3790선까지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 달간 10% 가까이 치솟으며 선진국 중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반도체 호황 사이클 진입, 한·미 무역협상 불확실성 해소 기대 등에 따라 외국인의 매수세가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전자 등 반도체주의 상승률이 높았다. 다만 단기간 급등한 만큼 조정 국면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7일 코스피는 전날 대비 0.01%(0.52포인트) 오른 3748.89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엔 3794.87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점을 갈아치웠다. 장중 기준 14일부터 4거래일 연속 최고가 행진이다.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한 달 전인 지난달 17일(3413.40)과 비교하면 9.8% 올라갔다.
주요국과 비교해서도 상승 폭이 컸다. 1개월간 G7 소속 국가들 대표 주가지수 상승률은 코스피를 밑돌았다. 미국의 S&P500과 나스닥은 이 기간 0.4%, 1.4% 오르는 데 그쳤다. 일본의 닛케이225는 6.2%, 프랑스의 CAC40은 5.2%, 독일의 DAX는 3.9%, 캐나다의 S&P/TSX는 3.9%, 영국의 FTSE 100은 2.5%, 이탈리아의 FTSE MIB는 1.0% 상승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 부장은 “미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제기됐다는 부분이 시장 유동성 측면에서 플러스 요인으로 다가왔고 AI 산업, 반도체에 대한 기대가 시장에서 강하게 만들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며 “한미 무역협상 또한 마무리 국면으로 관세와 3500억달러 투자 등 통화시장 불확실성 해소 기대가 시장에 빠르게 반영됐다”고 말했다.
상승장 주역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한 달간 6조7557억원을 사들였다. 18거래일 중 순매수한 날은 13일로 대부분이었다. 외국인의 순매수 대상은 ‘대장주’ 삼성전자였다. 외국인은 한 달간 우선주를 포함해 삼성전자를 6조9388억원 순매수했다. 두산에너빌리티(순매수 4798억원), 삼성전기(2895억원), 한국전력(3048억원) 등 AI 인프라 관련주도 대거 담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추가적인 환율 상승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과 반도체 슈퍼사이클 시작에 대한 기대감이 외국인이 순매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종목별로 보면 한 달간 281개 종목이 상승했고 646개 종목이 하락했다. 보합은 31개였다. 이 기간 대형주로 구성된 코스피50 종목을 기준으로 보면 반도체가 강세였다. 한미반도체는 주가가 한 달간 56.4% 오르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SK하이닉스의 상승률도 39.6%로 코스피 등락률을 크게 웃돌았다. 삼성전자 역시 큰 규모에도 25.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배터리 회사의 상승 폭도 컸다. 포스코퓨처엠은 비(非)중국 공급망 구축 수혜로 꼽히며 한 달간 44.9% 상승했다. 삼성SDI(등락률 25.3%)와 LG에너지솔루션(24.0%)도 에너지저장장치(ESS) 판매 증가 기대 등으로 20%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원자력 관련주인 두산에너빌리티(30.8%)와 한국전력(16.2%)도 AI 발전에 따른 전력 수요 확대 기대에 급등했다. SK하이닉스의 지주회사인 SK스퀘어도 SK하이닉스의 대안 투자처로 떠오르며 28.4% 올랐다.
반면 그간 높은 수익률을 보였던 조선·방산 업종은 한풀 꺾였다. 해운업체 HMM은 중동 가자전쟁 휴전 합의에 따른 해상 운임 하락으로 실적 악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가도 11.5% 하락했다. 비슷한 이유로 방산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11.5% 내려갔다. 미국의 입항세 부과에 자동차 운반 선사인 현대글로비스가 10.7% 하락했다. 그밖에 크래프톤 -10.8%, 메리츠금융지주 -9.0%, 카카오뱅크 -8.6%, 카카오 -7.2% 등도 상승장 속 하락을 봤다.
코스피 향방을 두고 증권가들 의견이 엇갈린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커졌다는 우려스러운 시선이 있는 반면 구조적 강세장이란 낙관적인 평가도 있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는 단기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이 증가하고 있고 다양한 측면에서 낙관론이 선반영된 시장은 예상치 못한 변수에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추격매수보다는 리스크 관리 필요한 상황이고 반도체, IT하드웨어 등 최근 상승 주도주는 중장기 모멘텀 유효하지만 추격매수보다 조정 시 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단기간에 3700을 돌파했다는 점에서 차익실현 압력이 나타날 수 있고 APEC 정상회의 전까진 미·중 무역분쟁 불확실성도 존재한다”면서도 “주주환원 확대 움직임이 지속 중이고 파월의 QT(양적긴축) 종료 시사 등 연준(미국 중앙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 스탠스를 보이는 점에서 현 장세는 구조적 강세장”이라고 분석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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